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21대 국회에 필요한 기후변화·지구 온난화 전문가 [더 나은 세계, SDGs]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칠레 본토에서 서쪽으로 약 3500㎞ 떨어진 태평양 폴리네시아에는 작은 화산섬이 하나 있다. 이스터섬(Easter Island)이다. 우리가 그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본 이유는 ‘모아이’(Moai)라 불리는 887개의 거대 석상이 섬을 빼곡히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1100~1680년대 만들어진 모아이 석상은 높이가 보통 3.5~5.5m, 키가 큰 것은 10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다. 무게도 20t이나 나간다. 

 

불모지에 가까운 이 무인도에 과연 누가 이렇게 거대한 석상을 세웠을까. 오랫동안 연구한 과학자들에 따르면 한때 섬에는 폴리네시아계 원주민들이 살았고, 농업과 어업이 크게 번성했다. 그리고 키가 큰 아열대 및 야자 나무들로 빽빽해 섬 전체가 거대한 숲이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주민들은 큰 배를 만들기 위해, 또는 각종 예식과 의식에 쓰기 위해 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거대한 석상을 세우고 이동시키기 위해 무차별적인 벌목이 이뤄졌다. 그렇게 이스터섬의 삼림은 쉽게 파괴됐고, 숲에서 나오는 천연자원도 부족하게 됐다. 숲에 서식하는 동물까지 모두 멸종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고기와 식량이 부족해지자 폴리네시아인들은 서로 살상하게 됐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먹을 것이 없어져 식인 풍속까지 생겼다. 숲이 사라진 자리에 사람도 사라졌고, 자연이 사라진 자리에 인류 문명이 설 곳은 없었다.

 

이스터섬이 주는 교훈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 훨씬 광범위하게 다가온다. 

기후변화로 녹고 있는 빙하를 조사하는 전문가들

 

지난달 영국 리즈대 등 전 세계 50개 기관의 96명이 참여한 빙하질량균형비교운동(IMBIE) 연구진은 새해를 앞두고 놀라운 소식을 전했는데, 1992~2018년의 36년 동안 약 3조8000억t의 그린란드 빙하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해수면이 10.6㎜ 상승했다고도 밝혔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빙하 유실이 점점 가속화하고 있으며, 지난 10년 동안 연간 2540억t이 녹아 1990년대에 비해 7배 이상 늘어났다는 IMBIE의 연구 결과다. 이런 추세라면 불과 몇십 년 안에 지구 인구 3억∼5억명이 큰 홍수 피해를 겪게 된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40%가량이 해안에 거주한다. 약 10억명은 해발 10m 이하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이 중 약 2억5000만명은 1m 이하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만 봐도 부산과 인천, 울산 등 거대 도시가 이런 지역에 해당한다. 서해와 가까운 서울도 당연히 포함된다. 

 

빙하가 녹는 일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면 해마다 겪는 큰 산불과 지진, 가뭄 등은 우리가 직접 경험하는 재난으로 눈을 돌려보자. 브라질과 호주에서 난 큰 산불과 환태평양 지역의 지진 등은 수많은 이재민을 만들었다. 이 같은 이재민 수는 지난 10년간 정치나 종교적 이유로 생겨난 난민 수의 3배에 달한다. 연일 뉴스에 나오는 시리아 난민 등 정치·종교적 이유로 보금자리에서 쫓겨난 이들보다 기후변화로 생긴 환경 난민이 사실 훨씬 큰 수치로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온실 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1위 구가는 중국이다. 전 세계의 30%가량을 내뿜고 있다. 중국에 이어 2위인 미국은 19세기 들어 가장 많은 양의 가스를 배출했다. 한국 역시 지난해에만 5억7700만t을 배출해 8위에 올랐다. 지난 10년 사이 중국은 배출량이 3배 가까이 늘었으니, 한국과 함께 동북 아시아에서 미세먼지를 가중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중국발(發) 초미세먼지가 서풍을 타고 국내로 대량 유입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한국의 초미세먼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2.5㎍/m³의 두 배가 넘는 25㎍/m³이다. 

 

OECD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혹서와 혹한 피해가 지난 18년 동안 회원국 10만명당 평균 211명을 숨지게 했다고 밝혔다. 한국도 10위에 해당하는 95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10만명당 40명은 대기오염으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인도 141명, 중국 140명 등에 이어 한국도 결코 적은 수라고 할 수 없는 35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등으로 환경재난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정확한 과학과 통계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사용과 관련해 1위 국가다. 2018년에 국민 1인당 연간 420장의 비닐 봉지를 썼고, 100㎏에 이르는 플라스틱을 소비했다. 인구 비중으로 2013년까지만 해도 세계 5위 소비국에서 지금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는 약 2500만명인데, 이들이 주문하는 음식의 용기 대부분 일회용품인 탓에 갈수록 플라스틱 사용량은 훨씬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기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배출하는 하루 폐플라스틱은 약 8162t(2017년 기준)에 달했다. 

 

20대 국회 내내 여야가 정치적 이슈로 전쟁을 치렀다. 오는 5월30일 21대 국회가 출범하는 만큼 국민은 새로운 인물을 원한다. 집권 여당의 인재 영입 1∼4호를 살펴보면 아직 글로벌 지속가능 이슈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어려운 생활환경을 딛고 선 시민 영웅도 좋고, 외교를 다룰 안보 전문가도 좋다. 앞으로는 정치적 이슈가 아닌, 세계적 식견을 가진 전문가를 영입하면 어떨까. 국내 그것도 정치적 이슈만 고려한 인재 영입만 끝없이 이어진다면, 대한민국 미래를 담보하고 내다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전 세계가 2015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한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 및 기후변화 대응, 지구온난화 등 글로벌 환경·재난문제와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 이슈에 모든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산업계는 한걸음 더 빨리 나가고 있다. 애플과 인텔, 구글, GE, HSBC, 네슬레 같은 거대한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과 SK, CJ, 롯데, 현대자동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도 이미 유엔 SDGs와 환경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시간 주간지 타임(Time)이 작년에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 왜 스웨덴의 16세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ata thunberg)인지 우리 정치권도 한 번 살펴주길 바란다. 더는 해결을 미룰 수 없는 미세먼지와 혹한, 혹서, 지속가능한 생활환경 변화 등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를 21대 국회에서는 제대로 누군가 다뤄야 한다. 잊힌 문명 이스터섬의 교훈을 이해찬, 황교안 여야 대표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 등 국가 지도자도 한 번쯤 되새겨주길 희망한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각각 4년, 5년이면 임기를 마치지만 우리가 맞이한 지구 환경변화와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경제 재난은 100년 더 나아가 200년간 이어져 우리 다음 세대를 잠식하고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단언컨대 이는 청년, 안보, 사회적 약자 이슈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김정훈 UN지원SDGs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기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