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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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사이 후폭풍 최소화…靑, ‘묘수찾기’ 고심

NSC서 이란 사태 논의 / 원유수급 살펴 산업부 장관 참석 / 청해부대 파견 등 다각 방안 토론 / 안보·경제 영향 면밀히 분석 필요 / 국방부 “긴급 상황 땐 신속 대응”

중동 지역 전운이 고조되자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가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결정할 경우 양국 간 무력충돌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는 6일 오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 유가 등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이날 회의에는 NSC 상임위원이 아닌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보 상황은 물론 현지 교민안전과 원유수급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라”며 산업부 장관 참석을 지시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지난 해 12월 27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청해부대 제31진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함정 승조원을 비롯해 특수전(UDT) 장병, 해상작전헬기 운용 장병 등 300명으로 구성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은 이달 중순쯤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과 임무를 교대한다. 해군 작전사령부 제공

NSC 논의의 핵심은 호르무즈해협에 한국군을 파병하느냐 여부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가능성이 낮았던 지난해 상황에서는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파병 명분은 이란군이 통제하고 있는 걸프 지역의 주요 원유 수송 경로인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우리 선박을 보호한다는 차원이었다. 국민과 선박 보호를 내세울 경우 소극적인 파병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왔다.

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두 정상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야 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의 요구를 마냥 거부만 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일각에서는 파병이 아니더라도 호르무즈해협의 안전을 위해 정부가 기여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섣불리 미국의 요구에 응할 수 없는 처지도 문재인정부의 딜레마다.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의 70% 이상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고 있는 만큼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원유 문제가 성 장관이 이날 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이유다. 여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란 문제는 향후 파급력이 큰 상황”이라며 “중동지역에 나가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더불어 향후 원유 조달 계획까지 면밀하게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와 관련해 국민 안전과 관련한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정부는 미국과 이란 사태를 포함해 중동지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유사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현재 아덴만 해역에 머무르고 있는 청해부대의 파병이 신속대응 방안에 포함되는지 묻는 말에는 “호르무즈해협 해양 안보 구상과 관련해 우리 선박과 국민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김달중·엄형준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