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국립암센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개 구충제를 포함해 구충제의 항암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추진했으나 준비단계에서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김흥태 국립암센터 임상시험센터장은 “사회적 요구도가 높아 국립암센터 연구자들이 모여 임상시험을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를 2주간 검토했다”며 “근거나 자료가 너무 없어서 안 하기로 했다. 보도자료까지 준비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펜벤다졸 임상시험은 없다. 이에 국립암센터 연구진들은 동물이나 세포 단위로 진행됐던 연구 논문과 유튜브에서 인용된 자료들을 모아 임상시험 타당성 여부를 검토했다. 그 결과 동물 수준에서도 안정성이나 효과가 검증된 자료가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김 센터장은 “유튜브에서 제일 괜찮다며 많이 인용된 논문도 검토해 봤는데 이것조차도 허접했다”고 말했다.
특히 펜벤다졸이 보이는 기전(일어나는 현상)이 의학적으로 큰 가치가 없다는 게 김 센터장의 분석이다.
그는 “펜벤다졸은 암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세포내 기관을 억제해 암세포를 죽이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용도의 항암제는 이미 90년대에 1세대 세포 독성 항암제로 만들어졌다. 2020년 현재는 1세대 항암제에 더해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3세대 항암제까지 쓰는 시대”라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게 아니라 효과가 없다고 봐도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전히 절박한 상태의 일부 환자들은 효과성이 없는 구충제를 찾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고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는 숙제로 남아 있다.
김 센터장은 “의사나 전문가, 정부 관계자, 환자가 같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언론사와 보건복지부가 같이 열어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환자와 그 환자의 주치의가 진료 기록을 객관적으로 공개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는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암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내용 중 사실이 아닌 게 많다”고 밝혔다.
우선 최근 SNS에서 확산 중인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는 사람이 아닌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라는 설명이다.
식약처는 “항암제는 개발과정에서 일부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더라도 최종 임상시험 결과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어 한두 명에서 효과가 나타난 것을 약효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구충 효과를 나타내는 낮은 용량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나, 항암 효과를 위해선 고용량, 장기간 투여해야 하므로 혈액,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항암제와 함께 구충제를 복용하는 경우 항암제와 구충제 간의 약물상호작용으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식약처는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주장은 증명된 사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우선 ‘항암제로서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관련, 식약처는 “펜벤다졸은 최근까지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결과가 없으며,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 등 상반된 보고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40년 동안 사용된 안전한 약제라는 주장 관련 “40년 이상 사용된 대상은 동물(개)이며 사람에게는 처방해 사용한 적 없으므로 사람이 사용할 때의 안전성은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체내 흡수율이 20% 정도로 낮아 안전하다는 것과 관련, “흡수율이 낮은 항암제는 효과도 적을 가능성이 높아 고용량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 용량 증가에 따라 독성이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대한암학회 등 전문가와 함께 동물용 구충제를 항암제로 복용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암환자에게 안전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