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팔 자르기 식 인사라는 평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이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이 제주지검장으로, 이원석 기획조정부장이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긴 것을 들고 있다. 나름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사건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 등을 지휘하던 중 전보 인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인사 때가 된 만큼 크게 무리가 없는 인사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보임시기가 6개월 전이었음을 감안해 보면 특별한 목적이 있는 인사임은 분명한 듯하다. 또한 추 장관이 검사 인사 때 검찰총장과 협의를 거치도록 한 검찰청법상의 절차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의 말처럼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절차상 문제가 불거진 것은 불공정한 인사라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번 검찰 인사는 조 전 장관과 청와대 수사에 대한 보복성 인사 내지는 수사무마용 인사라고 평가하는 것에 무게감이 더 실리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대통령이 인사권만 행사하면 본인에게 불리한 어떠한 검찰수사도 무마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검찰이 제 역할을 다했는데 이번 사태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래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대선 때마다 검찰개혁이 정치권의 단골메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이 있었다. 즉,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것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주제였던 것이다.
윤 총장 임명 당시만 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살아 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지침을 내림으로써 진정한 검찰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은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수사를 앞두고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 등을 언급하면서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제정되면서 현 정부가 추구하는 검찰개혁이란 ‘검찰의 정치예속화’를 의미한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
일각에서는 기소독점주의가 타파됐기 때문에 잘만 운영하면 인권을 존중하는 검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기소독점주의는 하나의 현상에 불과할 뿐, 검찰개혁의 본질은 삼권분립에 기초한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이 돼야 함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권력자에 무참히 침탈당해도 보호받을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검찰인사규정상 대검 검사장의 경우 보직 기간을 1년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검찰수사에 대한 권력자의 부당한 압력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검찰수사대상인 것으로 알려진 추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들이 6개월 만에 이번 인사를 주도한 것이다. 추 장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으며, 청와대 비서관들은 야당 후보 수사를 경찰에 지시하고 조 전 장관 아들의 인턴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사법방해를 검찰수사대상자들이 감행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이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하겠다고 한 바 있다. 만약 사법부가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특검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을 법치주의 국가라고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 인사로 향후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국민들은 묻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 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