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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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부흥의 단 꿈을 엿보다…국립익산박물관 개관

국립익산박물관 전경. 미륵사지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지상 1층, 지하 2층 규모로 건립됐다. 국립익산박물관 제공

백제 말기, 왕국의 중흥을 도모했으며 신라 선화공주와의 극적인 러브스토리로 유명한 무왕의 흔적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 전북 익산이다. 무왕의 것일 가능성이 높은 쌍릉 대왕릉이 있고, 삼국의 불교사원 중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미륵사는 무왕대에 건립됐다. 왕궁리 유적은 무왕이 경영한 또 다른 수도였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무왕의 백제 중흥의 꿈이 서린 고도(古都) 익산에 국립박물관이 새로 문을 열었다. 국립익산박물관은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 쌍릉 등 익산 문화권 자료를 종합적으로 수집, 보존하고 조사, 연구하는 복합문화기관이 될 것”이라며 “미륵사지 출토품 2만3000여 점을 비롯해 약 3만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륵사·왕궁리·쌍릉…고도 익산의 진면목

 

삼국유사는 무왕과 왕비의 행차 도중 용화산 밑의 연못에서 미륵삼존이 나타났는데, 왕비의 부탁에 따라 이 연못을 메우고 미륵사를 세웠다는 설화를 전한다. 이제는 절터로만 남아 있지만 미륵사지에는 동양 최대, 최고(最古)의 석탑이 남아 옛날의 웅장함을 증언하고 있다. 미륵사지 석탑은 일제강점기에 바른 콘크리트를 떼어내는 등의 보수를 마치고 지난해 새로 단장한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익산 미륵사지 출토 사리장엄구. 국립익산박물관 제공

미륵사지 남서편에 자리잡은 박물관은 상설전시를 통해 미륵사의 역사와 설화, 토목과 건축 등 다양한 면모를 소개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석탑에서 나오는 사리장엄구다. “좌평 사택적덕의 딸인 백제 왕후가 재물을 희사하여 가람을 창건하고 기해년(639)에 사리를 봉안하여 왕실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리봉영기까지 나와 미륵사의 역사를 더욱 풍부하게 했다. 박물관은 별도의 전시공간에 사리장엄구를 두어 관람의 집중도를 높였다.  

 

상설전시는 또 백제의 마지막 왕궁으로 주목받는 왕궁리 유적과 왕실 사원인 제석사지, 백제 최대 규모의 돌방무덤인 쌍릉 출토 유물 등으로 익산의 백제문화를 조명한다. 도자기, 금동관 등 문물 교류의 증거를 통해 문화 교류의 촉진자이자 매개자였던 익산문화권의 특성과 고조선 준왕의 수도이자 마한의 중심지였던 익산의 역사성도 부각시켰다.

 

◆처음 만나는 무왕(?)의 관

 

2018년 7월,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쌍릉 대왕릉에서 나온 인골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620∼659년 사이 사망했고, 당시로서는 비교적 장신인 161∼170.1㎝의 50대 남성의 뼈조각이라는 것이었다.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연구소는 뼈의 주인이 무왕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무왕이 641년에 사망했고, “풍채가 뛰어났다”는 삼국사기의 기록과 맥락이 닿는 외형이다. 

 

백제 무왕의 것일 가능성이 높은 쌍릉 대왕릉에서 나온 나무관. 국립익산박물관 제공

이 인골의 주인이 누워 있었을 나무관이 박물관 개관에 맞춰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됐다. 관은 1917년 익산 쌍릉 대왕릉에서 출토된 것으로 상당 부분이 부식되어 사라진 상태지만 전반적인 형태는 추정할 수 있다. 못을 박아 6개의 통판을 결합했다. 뚜껑의 단면은 반원형이며 길이는 2.4m, 폭은 0.76m 가량. 뚜껑을 덮은 나무관의 전체 높이는 약 0.7m다. 공주 무령왕릉과 부여 능산리 고분군의 관을 만드는 데도 쓰인 고급 재료인 금송으로 제작됐다. 

 

대왕릉 나무관 말고도 처음 공개되는 여러 점의 유물을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의 공양품을 감쌌던 보자기로 추정되는 비단 직물과 금실도 그 중 하나다. 사리장엄 직물은 사리신앙의 전래와 함께 정해진 격식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격식과 규모에 따라 직물의 종류에 차이가 날 수 있지만 크게 보자기, 주머니, 휘장이나 장막 등의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석사지 목탑이나 금당 안에 안치되었을 흙으로 빚은 승려상의 머리, 미륵사지 석탑이 통일신라시대에도 보수 정비되었음을 알려주는 ‘백사’(伯士)명 납석제 항아리도 처음 관람객들과 만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