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상 최대의 ICT(정보통신기술) 전시회로 불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소비자가전쇼) 2020’가 개막했다.
무려 161개국에서, 4500개 기업, 약 18만 이 참가했으며, 이 중 한국 기업은 미국(1933개), 중국(1368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390곳이 참여해 전 세계 신기술 시장의 강자임을 증명했다.
이번 CES에서는 미래 기술이자 곧 사용될 현실적 기술들이 대거 선보였다. 특히 대부분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큰 주목을 받았다.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 및 단말기, 3D(3차원) 프린팅,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스마트홈, 사물인터넷(IoT), 모빌리티(‘레벨 4’ 자율주행, 자율주행 셔틀, 친환경차, 커넥티드카),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페이크 미트(가짜 고기), 대체육(인공고기), 폴더블 노트북 등 우리가 최근 익히 들어왔던 기술들이 대거 선보였다.
또한 ’턴스타일’(Turnstyle)로 최적의 동영상을 구현하는 숏폼(Short-Form) 플랫폼, 멀티스트림 기술이 들어간 블루투스 LE(Low Energy·저전력) 오디오, 데이터를 스스로 처리하는 ‘온 디바이스’ 기능이 들어간 생활형 AI 로봇, 인공인간(Artificial Human) 등 미래형 신기술도 큰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신개념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현대자동차가 제시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과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 PAV(개인용 비행체·Personal Air Vehicle), 허브(모빌리티 환승 거점) 등이 새롭게 선보이며, 미래 교통수단도 큰 폭으로 변화할 것임을 예고됐다.
특히 기술의 영역인 ICT 분야를 훌쩍 뛰어넘어, 전통적인 일상영역에서도 신기술이 적용된 점은 이번 CES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이다. 예를 들어 아모레퍼시픽이 전시한 ‘3D 프린팅 맞춤 마스크팩’과 ‘LED(발광다이오드) 플렉서블 패치’는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패치(patch) 형태의 LED를 피부에 밀착시켜 피부 깊숙한 곳까지 맞춤형 ‘케어’를 한다고 알려졌다. LF 패션은 LG전자와 함께 가상 피팅 기술을 선보였다. AI 기술인 ‘씽큐 핏’(ThinQ Fit)의 3D 카메라를 활용해 사용자가 옷을 입은 상태에서도 신체를 정확히 측정하고, 생성된 아바타를 통해 패션 ’완성’을 돕는다.
오는 2040년까지 1조5000억달러1800조원) 규모로 성장할 ‘플라잉 카’(Flying Car) 시장도 뜨거운 관심사였다. 당장 오는 2023년 상용화될 항공 택시가 주목받았다.
이 같은 놀라운 기술의 가장 중요한 대전제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서 미래를 풍족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소행성 채굴과 우주 택시 등 몇몇 기술은 더 넓은 세계를 향하고 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이 살아 숨 쉬고 기술을 발전시켜나가는 공간은 지구가 기반이다. 인류와 신기술의 존립 기반인 지구가 모든 미래의 출발점이자 바탕인 셈이다.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서 신기술의 향연이 열리고 있을 때 또 다른 지구 반대편의 거대 사막이 있는 호주 대륙에서는 화마에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었다. 이 역시 CES처럼 연일 전 세계 언론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다.
지난해 9월 시작해 무려 4개월이 넘게 타오른 호주 산불은 남한 면적의 절반 가까운 4만9000여㎢를 재로 만들었고, 소방관을 비롯한 24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코알라와 캥거루 등 야생동물들이 무려 5억마리 가까이 불에 타죽었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숲과 나무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호주는 인간이 사는 땅 중 전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곳이다. 이번 산불은 가뭄까지 겹쳐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여기에 시속 30~40㎞의 강풍과 40도를 넘는 폭염까지 더해져 대재앙으로 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의 원인이 이상기온을 불러일으킨 기후변화라고 대부분 입을 모아 진단하고 있다. 나아가 이 같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은 인도양의 따뜻한 서쪽 해수와 차가운 동쪽 해수의 온도차가 지난 60년 중 가장 크게 난 데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호주 뿐만 아니라 동남 아시아에서는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고, 동아프리카에서 폭우로 홍수가 났다.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호주 총리는 이번 화재가 기후변화와 연관성이 없다고 일축해 전 세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구나 호주는 세계 최대의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으로 전 세계 석탄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앞서 언급한 놀라운 기술로 자칫 공간(지구)과 미래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 걱정이 기우에서 끝나면 좋겠지만, 현재 세계 곳곳에서 보이는 지구의 반응은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
놀라운 기술을 선보인 글로벌 기업이 ‘인간을 위한 기술’뿐만 아니라 ‘지구를 위한 기술’에 중점을 두고 선보이면 어떨까 생각한다.
김정훈 UN지원SDGs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기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