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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검사 “추미애, 윤석열 허수아비 만들고 정권 수사 담당 찍어냈다”(전문)

입력 : 2020-01-13 16:17:04
수정 : 2020-01-13 17: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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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사진)과 윤석열 검찰총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검찰청 소속 현직 부장검사가 지난 8일 검사장 이상 인사발령을 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현 정권 수사 담당자를 찍어내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인사”라고 정면 비판했다. 

 

대검 소속 정희도 감찰2과장(55·사법연수원 31기)은 13일 오전 검찰 내부방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1월8일 인사 내용은 충격. 인사 절차 역시 법률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과장은 ‘검사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해야 하지만,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검찰청법 34조 1항을 인용하면서 “인사위원회 개최를 불과 30분 앞두고 총장을 불러 의견을 제시하라는 것, 인사안의 내용도 모르는데 의견을 말하라는 것, 이게 과연 ‘총장의 의견을 들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시느냐”고 반문했다. 

 

정 과장은 설 연휴 전 단행이 예고된 중간간부(차장·부장검사급) 인사에 대해서도 “이미 서울중앙지검 1∼4차장검사 하마평이 무성하다”며 “만약 그 인사에서도 ‘특정사건 관련 수사 담당자를 찍어내는 등의 불공정한 인사’를 하신다면 전 장관님이 말씀하시는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검찰을 특정 세력에게만 충성’하게 만드는 ‘가짜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사건 관련 수사 담당자를 찍어내는 등의 불공정한 인사는 ‘정치검사 시즌2’를 양산하고 시곗바늘을 되돌려 다시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 수 있다”며 “검찰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서 검찰권을 행사하는 진정한 국민의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진짜 검찰개혁’을 고민하고 추천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검찰총장의 권한인 특별수사단 구성과 관련해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한 추 장관의 특별지시에 대해서도 “자칫 잘못하면 법무부 장관 혹은 현 정권이 싫어하는 수사는 못 하게 하겠다는 지시로 읽힐 수 있다”며 “특별수사단 사전 승인을 법제화하려면, 반드시 그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견제장치도 도입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선 지난 8일 인사를 두고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는 검사장급에 대한 좌천성이란 평가가 나왔다. 앞으로 차장·부장검사급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윤석열 키드’로 불리는 이들을 대거 교체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진다.

 

구체적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각종 의혹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3차장과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신봉수 2차장과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의 교체가 유력하단 하마평이 나온다.

 

이들 수사팀 내부에선 부장검사 이래 부부장까지 교체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중간간부 인사는 설 이전, 평검사 인사는 내달 초쯤이 될 전망이다. 

 

다음은 정 과장이 이날 이프로스에 올린 글 전문

 

장관님

 

1월8일자 검사 인사내용은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번 인사는 '특정 사건 수사 담당자를 찍어내고,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인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인사절차 역시 법률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  

 

검찰청법 제34조 1항의 내용입니다.

 

검찰인사위원회 심의를 불과 30분 앞둔 시점에 검찰총장을 불러 의견을 제시하라고 하는 것, 인사안의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사의견을 말하라고 하는 것 이게 과연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인지요?

 

잘 아시겠지만, 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부분은 2003. 3. 당시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과 사전 협의 없이 인사안을 만들고 일방적으로 검찰총장에게 통보한 것이 논란이 되어, 법무부장관의 자의적인 인사권 행사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입니다.  

 

이러한 개정경위, 그리고 개정 당시 법사위 1소위 위원장이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만 부여하면 충분하다는 소수의견이 있었다'라고 발언한 내용 등을 종합하면, 위 규정은 '검찰총장과 사전협의 내지 검찰총장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장관님은 '검찰총장이 내 명을 거역하였다'고 말하시고, 또 '특별수사단 설치시에는 법무부장관의 사전승인을 받으라'고 지시하셨습니다.

 

특별수사단 설치시 법무부장관의 사전승인을 받으라는 지시는, 자칫 잘못하면 법무부장관 혹은 현 정권이 싫어하는 수사는 못하게 하겠다는 지시로 읽힐 수 있습니다.

 

'특별수사단 사전승인'을 법제화하시려면, 반드시 그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견제장치도 도입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심의기구를 만들고 그 심의기구의 2/3의 동의를 얻어서만 불승인을 할 수 있다는 등의 견제장치 말입니다.  

 

장관님

 

언론보도 등에 의하면, 향후 중간간부 인사가 예정된 것으로 보이고, 이미 중앙지검 1, 2, 3, 4 차장 하마평이 무성합니다.

 

만약 그 인사에서도 '특정사건 관련 수사담당자를 찍어내는 등의 불공정한 인사'를 하신다면, 저는 장관님이 말씀하시는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검찰을 특정세력에게만 충성'하게 만드는 '가짜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장관님

 

'특정사건 관련 수사담당자를 찍어내는 등의 불공정한 인사'는 '정치검사 시즌2'를 양산하고 시계바늘을 되돌려 다시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수 있습니다.

 

검찰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서 검찰권을 행사하는 진정한 국민의 검찰이 될 수 있도록, '진짜 검찰개혁'을 고민하고 추진해주시기 바랍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