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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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25전쟁 70주년을 되새기며

미국의 독립운동가 패트릭 헨리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연설을 통해 자유가 없는 삶은 무의미함과 자유가 인간에게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이러한 자유의 소중함은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벗어나려고 추운 날씨에 대동강 철교를 사생결단식으로 건넌 피란민의 행렬 속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의해 살을 에는 추위임에도 유엔군이 철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평양에 거주했던 북한 주민은 단 하루를 살아도 억압받지 않고 살고 싶었기에 대동강 철교 인근 도로에 몰려들게 됐다.

이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북한연구실장

그러나 대동강 북쪽은 피란민에게 교량을 이용한 도하가 허용되지 않아 50만명으로 추산되는 피란민이 보따리와 아기를 등에 업고 폭격을 받아 부서진 철교의 난간을 붙잡고 대동강을 건너게 됐다.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교 교각 위로 수많은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안고 죽음의 철교를 건넜다. 자유를 찾기 위한 간절한 몸부림 그 자체였다. 자칫 헛발을 내딛는 순간 절망스러운 소리를 외친다. 떨어져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 철교 위 통로가 막혀 교각 끝에 매달려 있어도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이처럼 피란민의 살기 위한 간절한 몸부림은 줄타기 곡예를 부리는 것처럼 아찔함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절박함이 떨어져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대동강 철교를 건넜던 것이다.

전쟁의 참상을 한 장의 사진에 담은 사람은 참전 종군기자 AP통신 막스 데스포인데, 그는 극적인 이 사진으로 1951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내 생애 가장 비참한 광경이었습니다”고 말했다.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다만 잠시 멈췄을 뿐이다. 우리는 부서진 철교를 건너려다 고귀한 생명을 대동강에 던져버린 피란민의 처절한 몸부림에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아울러 자유를 찾기 위해 폭파된 철교를 건너야 하는 상황이 두 번 다시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고대 로마 군사전략가 베제티우스의 말을 가슴에 되새겨 보게 되며 우리가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평상시부터 전쟁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게 된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그 시절 피란민이 과연 무엇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대동강 철교를 건넜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보게 된다.

올해는 6·25전쟁이 발발한 70주년인 해이다. 과연 지금 우리의 안보상황은 어떠한가. 현 ‘김정은 체제’하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며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 북한은 신년 ‘선물’을 운운하면서 곧 보여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북한은 핵 무장력 강화에 따른 핵전쟁 억제력을 갖추고 있으며,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함께 다탄두 탄도미사일, 신형 잠수함 등의 신형무기를 발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한·미 간의 동맹을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다변적 외교활동을 전개해 북한이 충동적으로 공세적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북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