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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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아이가 수십억대 건물주… 다주택자 ‘증여’ 늘었다

국세청 2019년도 통계 연감 / 집값 상승 따른 양도·보유세 부담 / 10세 미만 아이들에 증여로 회피 / 2018년 468명 819억원어치 달해 / 전년比 인원 51.9% 금액 82.8%↑/ “부동산 매각 아닌 증여 선택 이유 / 집값 하락 않는다는 기대 강한 것”

지난해 부동산 임대업자 A씨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역세권 꼬마빌딩을 3살 손자에게 편법 증여했다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전체 양도금액의 5%에 불과한 계약금만 받고 소유권을 넘겼다가 수억원대의 증여세가 추징됐다.

 

3살인 B양도 주택 2채를 사들였다. 자금 출처를 조사해보니 취득자금의 일부를 아버지로부터 현금 증여받고, 일부는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 임차인들에게 반환해야 할 임대보증금은 할아버지로부터 편법 증여를 받고 증여세를 탈루했다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이런 사례들처럼 증여세를 탈루하지 않더라도 10살이 채 되지 않은 어린 자녀에게 아파트 등 건물을 증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과 그에 따른 양도·보유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증여로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집값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매각보다는 증여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국세청의 ‘2019년도 국세통계 연감’에 따르면 2018년에 납부세액이 결정된 증여는 모두 16만421건, 증여된 재산의 가치는 모두 28조6100억4700만원으로 집계됐다. 1건당 평균 1억7834만원 상당의 재산이 증여된 셈이다.

전년 대비 결정 건수는 9.6% 증가했고, 증여재산가액은 16.7% 늘었다. 건당 평균 증여재산가액도 6.4% 증가했다.

 

수증인(증여를 받는 사람) 연령과 증여재산 종류를 나눠 보면, 아파트 등 ‘건물’을 증여받은 10세 미만 미성년자가 크게 늘었다.

 

건물을 증여받은 10세 미만 미성년자는 468명, 액수는 819억2200만원에 달했다. 전년 308명보다 인원은 51.9%, 증여액은 448억1500만원 대비 82.8%나 급증했다.

 

10세 미만 건물 수증 인원과 증여재산가액 증가율은 토지(인원 -2.9%·증여재산가액 34.4%), 유가증권(19.5%·37.2%), 금융자산(39.7%·0.2%)보다 월등히 높았다.

 

건물을 포함한 전체 자산을 기준으로 증여를 받은 10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3924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5238억5600만원 상당의 재산을 증여받았다. 아동 1명당 증여받은 재산이 평균 1억3300만원에 달한다.

전체 자산 기준 10세 미만 수증인과 증여재산가액은 1년 사이 각각 21.0%, 26.0% 늘었다. 특히 5억원을 넘는(초과) 재산을 증여받은 10세 미만이 185명에서 249명으로 34.6%나 늘었다. 증여재산가액이 10억원을 넘는 10세 미만 미성년자도 96명에 달했다.

 

10세 미만뿐 아니라 청소년까지 포함한 19세 이하 수증인은 전년도 8552명에서 1만880명으로 전년 대비 27.2% 증가했다. 증여액도 1조1977억3100만원에서 1조4186억9900만원으로 18.4% 늘었다.

 

나이 어린 자녀 등 직계 존비속에 대한 증여와 함께 부부 간 증여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8년 증여세 납부가 결정된 부부 간 증여는 모두 3907건으로, 이들의 ‘증여재산가액 등’은 3조4005억5700만원으로 전년도(3000건·2조8745억8100만원)보다 건수는 30.2%, 액수는 18.3%씩 늘어났다. ‘증여재산가액 등’ 항목은 해당연도 증여재산가액에 과거 분할증여재산까지 모두 더한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등 건물에 대한 증여는 수도권과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에 몰려 있다”며 “다주택자들이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세율이 높기 때문에 증여를 선택하는 것이고, 매각이 아닌 증여를 선택하는 것은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미성년자 주택 증여의 경우 증여세 탈루 가능성이 크다”면서 “철저한 자금 출처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주택시장 진입에 대한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