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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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 야당인사 입각 함께 노력”… ‘협치 내각’ 구상 밝힌 文 [文 대통령 신년 회견]

[정치 분야] “전체 국정철학에 공감 않더라도 / 정책방향 맞으면 같이할 수 있어”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따라 / 군소정당 다수 출현 감안 분석 / “정 총리 늘 대화하고 타협·소통 / 정부·국회 사이서 큰 역할 기대 / 협치·통합 절실한데 현실 거꾸로 / 새로운 국회와 더 많은 소통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0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올 총선 이후 야당 인사들을 내각에 참여시키겠다는 ‘협치 내각’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4·15) 총선이 지나고 나면 야당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할 만한 분이 있다면 함께하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내각제에서의 연정(聯政)과는 다르기 때문에 정당별로 일률적으로 배정된다거나 특정 정당에 몇 석을 배정하는 식은 어려우리라 본다”면서도 “전체 국정철학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해당부처 정책목표 방향에 대해서 공감한다면 함께 일할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가 밝힌 ‘협치 내각’과 맞닿아 있는 구상이다.

협치 구상은 선거법 개정에 따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군소정당이 다수 출현할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 선거제도 하에서는 과반 의석을 보유한 정당이 탄생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다른 정당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협치 내각은 이런 연대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본관에서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장 출신이라는 부담에도 정 총리를 선택한 이유도 협치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 총리가 국회의장을 하셨고 늘 대화하고 타협하고 소통하는 데 역할을 많이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정부 국회 사이에서 혁신의 정치를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협치 내각의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방금 말씀드린 노력은 임기 전반부에 여러 차례 한 바 있고 언론 보도는 안 됐지만 그보다 더 비중 있는 통합의 정치나 협치의 상징이 될 분에게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며 “모두가 협치, 통합 제의에 다 공감했지만 아무도 수락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정치 풍토, 문화 속에서는 저는 그분들이 당적을 버리지 않고 기존 당적을 가지고, 기존 정치적 정체성을 가지고 함께 해도 좋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우리 정부 내각에 합류하면 자신이 속한 정치적 기반과 집단에서 마치 배신자처럼 평가받는 그것을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그렇다고 대통령이 그 부분(협치 내각)을 공개적으로 추진하면 그건 곧바로 야당 파괴, 분열 공작으로 공격받는 게 우리 정치 문화의 현실”이라며 “당연히 다음 총선 이후에 대통령이 그런 방식을 통한 협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다음 총선을 통해서 우리 정치문화도 달라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1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국회의 정치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여야정 상시협의체’와 관련해 “국회가 지금처럼 돼선 안 된다”며 “말로는 (민생이) 어렵다면서 실제로는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길 바라는 듯한, 우선은 제대로 일하지 않는 국회는 안 될 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와 정부가 합해서 국민을 통합의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지 정치권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음 총선으로 그런 정치문화가 바뀌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말을 하면서도 협치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현실이 어려운 만큼 소통, 협치, 통합이 참으로 절실한데, 우리 현실은 너무나 거꾸로 이렇게 가고 있어서 정말 대통령으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며 “물론 그 가운데 상당한 부분은 대통령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우선 국민과 더 많은 소통을 해야겠고,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새로운 국회와도 더 많은 소통을 통해서 협치의 노력을 해 나가고, 이를 통해서 우리 경제를 살려내는 더 강력한 힘을 얻어내겠다”고 마무리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