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를 받는 가수 김건모가 지난 15일 경찰에서 장시간의 조사를 받아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그가 출석할 당시 논란의 ‘배트맨 티셔츠’를 입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육안으로는 확인되지 않아 일방적인 주장에 그쳤다.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을 처음 제기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 측은 지난 15일 실시간 생중계 방송을 통해 ”김건모가 (경찰 출석 당시) 배트맨 티셔츠를 입은 것은 자신에 대한 사회적 물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뻔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건모는 경찰 조사를 마친 뒤 티셔츠로 추정되는 내의를 착용하지 않은 채 직접 사과했다.
지난 15일 오전 10시쯤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한 김건모는 12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오후 10시15분쯤 귀가했다.
김건모는 출석 당일 체크무늬 셔츠와 함께 니트 소재로 된 바지와 카키색 패딩을 입고 있었다.
문제는 출석 전 찍힌 김건모의 사진에서 목 아래 부분에 드러난 내의.
이를 두고 ‘성폭행 당시 김건모가 입었다고 피해자가 진술해 논란이 된 배트맨 티셔츠를 입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복수의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기까지 했다.
지난 15일 강남경찰서 앞에서 생중계를 진행한 강용석 변호사와 유튜버 김용호씨, 김세의 전 MBC 기자는 가세연 유튜브 방송에서 김건모의 배트맨 티셔츠 착용 의혹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강 변호사는 착용 의혹을 보도한 기사를 방송 중 화면에 띄운 뒤 “(출석 당시 김건모) 목선에 테가 있는데, 검정색 같은 계열로 테가 있다”며 ”국방색 파카를 입고 안에는 짙은 곤색의 띠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는데, ‘저게 배트맨 티셔츠가 아니냐’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김 전 기자는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 해당 티셔츠를 볼 때마다 ‘강간 피해가 떠오른다’고 했다”며 “굳이 배트맨 티셔츠를 입은 것이면 (김건모는) 매우 무서운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김씨 또한 “배트맨 티셔츠를 입은 것이면 이건 무슨 심보냐”며 “요즘 연예인들이 경찰에 출두할 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최소한의 사죄하는 의미로 단정하게 정장 차림으로 나오는데, 배트맨 티셔츠를 납두고도 불량스러운 의상을 착용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공인으로서 대중에게 물의를 일으킨 것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예의를 갖췄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지는 몰라도 조사를 마치고 귀가할 당시 김건모는 체크무늬 셔츠 안 티셔츠를 착용하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먼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경찰에서 성실히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빨리 결과가, 진실이 밝혀지면 좋겠다”며 “추후에 또 원하시면 또 와서 조사받을 마음이 있다”고 했다.
김건모의 이번 사과는 성폭행 의혹이 가세연을 통해 처음 제기된지 41일 만이다.
그는 조사를 받기 전 출석하면서 취재진을 피한 채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으나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앞서 김건모로부터 2016년 8월쯤 자신이 근무했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한 유흥업소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은 지난달 6일 가세연 유튜브 채널에 얼굴을 가린 채 출연했다.
이 여성은 당시 뒤늦게 폭로를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최대한 잊어보려 했지만, 최근 김건모가 출연하는 각종 프로그램에서 결혼 소식까지 전해졌다”며 “특히 성폭행을 당하던 시점에 김건모가 입고 있었던 배트맨 티셔츠를 해당 프로에서 자주 입고 나오는 것을 볼 때마다 큰 충격과 고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건모가 문제의 티셔츠를 착용하고 등장할 때마다 강간 당시 상황이 떠올라서 견딜 수 없었다는 게 이 여성의 전언이다.
이에 일각에선 이 배트맨 티셔츠가 방송용으로 만들어진 만큼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을 때는 제작조자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그 진위를 두고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강 변호사는 지난달 9일 이 여성을 대리해 서울중앙지검에 김건모를 상대로 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 김건모는 지난달 13일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을 맞고소했다. 이 여성은 이튿날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8시간 가까운 조사를 받았으며,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지난 8일 피해 주장 여성의 진술을 토대로 김건모 차량을 압수수색 했으며, 당시 확보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록을 토대로 김건모의 동선을 파악했다.
이는 피해 주장 여성이 김건모 측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밝힌 데 따른 조사로 보인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