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딸 KT 부정채용 의혹’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재판을 통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선고 후 서울남부지법 현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난 13개월간 수사와 재판을 함께 해준 대한민국 국민과 특히 (지역구인) 강서구 주민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 모든 것이 국민의 위대한 힘이며, 이런 권력형 수사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사건은 드루킹 특검에 대한 정치 보복에서 비롯된 ‘김성태 죽이기’”라며 “특검 인사의 지역구 무혈입성을 위한 정치 공작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에 대해 김 의원은 “검찰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를 처벌받게 하려 했지만,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그런 만큼 더는 특별한 항소 이유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15 총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한국당) 당헌 당규상 1심에서 무죄가 되면 사실상 공천 심사 과정하고는 별개”라며 “총선에 매진해서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전횡에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로 판가름 났지만 재판부가 딸 채용 과정에서 어느 정도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에는 “검찰은 직권남용과 업무방해죄에 대해서는 이미 불기소 처분을 했다”며 "KT 내부적인 절차로 딸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문제에 대해서는 제 부덕의 소치“라고 답했다.
한편 김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린 법원 판단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죄 판결에는 검찰 측 핵심 증인인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분 사장의 ‘진술과 다른’ 카드결제 내역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날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이날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이석채 전 KT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선고공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에서 김 의원에게 징역 4년을, 이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그 이유로 서 전 사장의 진술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서 전 사장의 카드내역서를 언급하며 이 전 회장과 김 의원의 저녁식사 시점이 서 전 사장의 주장처럼 2011년이 아닌 김 의원의 주장하는 2009년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가 (김 의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는 서유열 증언이 유일하다”며 “핵심은 서유열 진술에 신빙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조사한 카드 금융거래 정보명령에 의하면 피고인들의 일정표 수첩엔 2009년 5월14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기로 기재돼있다”며 “또 서유열 법인카드에도 그날 결재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유열은 (김성태와 이석채 간) 만찬이 단 한차례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또 서유열은 본인이 직접 식사대금을 결제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 만찬은 (2011년이 아닌) 2009년 5월14일에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2009년에는 김 의원의 딸이 대학생 3학년이었기 때문에 KT 계약직 채용도 되기 전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김 의원이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규직 전환 부탁 대화가 있었을리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걸 비춰보면 서유열의 관련 진술은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 전 사장은 그동안 이 전 회장·김 의원과 함께 2011년 여의도 한 일식집에서 저녁식사 모임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이 이 전 회장에게 KT 파견계약직으로 있던 자신의 딸 얘기를 하며 정규직 전환을 부탁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2009년 5월께 식사자리를 한 적은 있으나 2011년엔 만난 적이 없다며 서 전 사장 주장을 반박해 왔다.
그러면서 2009년에는 자신의 딸이 대학교 3학년이어서 정규직 채용 청탁을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자 서 전 사장은 2009년 5월은 자신이 어깨 수술을 해 식사자리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맞서왔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