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사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딸 KT 채용 특혜 관련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채용 과정에서의 특혜는 인정되지만, 이 과정에 김 의원이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봤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이석채 전 KT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의원의 딸이 다른 지원자들보다 특혜를 제공받아 취업한 건 인정된다”면서도 “이 전 회장이 김 의원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점’에 대해선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필요적 공범관계인 김 의원의 뇌물수수 부분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의 계약직 채용 근무와 관련해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 인재경영실 직원 등의 진술에 비춰볼 때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의 딸이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 등에서 여러 특혜를 받은 것은 맞지만, 이 행위가 김 의원의 지시나 청탁으로 이뤄졌다는 검찰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
특히 재판부는 서유열 전 KT 홈고객부문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서 전 사장이 이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김 의원 딸에게 특혜를 준 건 아니라는 것,
앞서 서 전 사장은 법정에서 이 전 회장, 김 의원과 함께 2011년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저녁식사 모임을 가졌다고 진술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이 이 전 회장에게 KT 파견계약직으로 있던 딸 얘기를 하며 정규직 전환을 부탁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식사대금은 서 전 사장이 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 전 회장과 저녁식사를 한 시점이 2009년 5월쯤이라며, 당시 자신의 딸은 대학교 3학년이어서 정규직 전환 청탁을 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의원은 2009년 5월14일 오후 9시21분쯤 여의도 일식집에서 법인카드로 70여만원을 결제한 서 전 사장의 카드 내역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KT에서 서유열에게 발급해 준 법인카드가 2009년 5월14일 결재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서 전 사장도 앞서 말한 식사에서 단 한 차례 만남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서유열은 본인이 당시 직접 식사대금을 결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 식사는 2009년 5월14일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김 의원 측이 제출한 카드내역서 증거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 딸에 관해 있었다는 대화, 이석채의 채용지시에 대한 서유열의 각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심 선고 직후 김 의원은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3개월간 수사와 재판을 함께 해준 대한민국 국민, 특히 (자신의 지역구인)강서구 주민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 모든 것이 국민의 위대한 힘이며, 이런 권력형 수사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드루킹 특검에 대한 정치 보복에서 비롯된 ‘김성태 죽이기’”라고 규정한 뒤, “특검 인사의 지역구 무혈입성을 위한 정치 공작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검찰의 항소 가능성에 대해선 “검찰은 수사, 재판 과정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를 처벌받게 하려 했지만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그런 만큼 더는 특별한 항소 이유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4·15 총선 출마와 관련해 “(한국당)당헌·당규상 1심에서 무죄가 되면 사실상 공천 심사 과정과는 별개가 된다”라며 “총선에 매진해서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전횡에 강력히 맞서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KT 계약직이었던 딸의 정규직 전환을 대가로 그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이 전 회장의 증인 채택을 무산시켜 준 혐의를 받았다.
김 의원의 딸은 2011년 4월 KT 경영지원실 KT스포츠단에 계약직으로 채용된 뒤 2012년 10월 하반기 대졸 공개채용 과정을 거쳐 정규직이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입사지원서를 내지도, 적성검사에 응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2012년 KT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상반기 3명, 하반기 5명, 같은 해 홈고객부문 공채에서 4명이 부정 채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의원에게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4년을, 이 전 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