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둘러싼 한·미 간 줄다리기가 팽팽해지고 있다. 미국 측은 한국의 분담금 인상을 위해 압박수위를 높이고, 우리 측은 한·미 동맹에 대한 기여를 강조하고 있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그동안에 여러 가지 국제분쟁 과정에서도 한·미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미국을 도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 파병한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호르무즈해협 파병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그는 파병 문제와 방위비 협상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서 지원해주는 부분도 있고 무기 구매에 대해서도 저희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겠지만, 그 외에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외교·안보 수장이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동 기고문을 게재하는 등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압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16일(현지시간) ‘한국은 부양대상이 아닌 동맹’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한국은 한반도 미군 주둔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된 비용의 3분의 1만 부담한다”며 “이런(미군 주둔) 비용이 늘어나는데 한국의 부담은 줄어들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이렇게 고도화된 기술 시대에 한국 국방에 대한 미국의 기여는 미국의 ‘지상군’ 비용을 훨씬 초과하며 미국 납세자들은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며 “현재의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비용의 일부만을 담고 있으며 미국은 협정이 더 많은 것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두 장관은 “한국이 기여하는 비용 분담의 90% 이상이 현재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직원들의 월급, 건설 계약, 주한미군 유지를 위해 지역에서 구매한 다른 서비스 등을 통해 다시 지역 경제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도 이날 “한국의 분담금이 한국 경제로 되돌아간다”며 분담금 증액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너선 호프먼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계속 이것(분담금 증액)을 압박해 왔다”면서 “중동이든, 유럽이든, 아시아든 계속 지켜보면서 우리 동맹이 분담금을 약간 더 올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관련해 한 가지 지적해온 점은 분담금의 일부가 재화와 서비스 면에서 한국 경제로 직접 되돌아간다는 것”이라며 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무자 고용 등을 예로 들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박수찬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