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휴일인 19일 오전 노비 출신 천재 과학자 장영실과 세종대왕을 다룬 영화 ‘천문’을 관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공간에선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이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우리 국민들을 언급하며 “애가 탄다”고 했던 점을 지적하며 ‘영화 관람이 부적절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서울 중구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영화 천문 관계자 및 기상청 직원들과 환담한 뒤 영화를 함께 관람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내외의 천문 관람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년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과학기술은 국민의 삶을 바꾸는 힘이 있고 경제성장을 이끌 뿐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환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영화 제작자들을 응원하고, 영화 속 세종대왕과 장영실처럼 ‘하늘’을 관측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기상청 공무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세종대왕 시절은 우리 역사상 과학기술이 융성했던 시기”라며 “그 주인공이자 관노였던 장영실을 발탁해 종3품 벼슬을 내렸는데 ‘안여사건’(임금이 타는 안여가 부서지는 사건) 이후 조선왕조실록에서도 기록이 사라져 그 이야기에 대해 궁금했었다”고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또 영화 내용을 언급하며 “많은 분이 함께 영화를 봐주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 부대변인은 “오늘 관람은 영화 이야기처럼 실력 있는 인재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대우받는 사회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알리고, 한국적 소재를 영화화해 새해 첫 1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영화 ‘택시운전사’와 ‘미씽, 사라진 여자’ 그리고 ‘1987’, ‘기생충’을 관람한 바 있다. 이날 영화가 다섯 번째다.
앞서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지난 17일(현지시간) 해외 교육봉사를 간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4명이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의 트레킹 코스에서 하산하던 중 눈사태로 실종돼 사흘째 구조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두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실종자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니 애가 탄다”고 썼다.
관련 기사 댓글란 등에서는 문 대통령을 향한 이 같은 상황을 콕 찝어 언급하는 비난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실종됐는데 대통령이 영화를 보는 게 말이 되느냐”, “문화생활을 왜 그리 티나게 즐기냐” 같은 비판이 주를 이룬다.
문 대통령이 취임 전 본 영화 ‘판도라’를 거론하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꼬집는 댓글도 있었다. 과학기술을 그토록 강조하면서 정작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원자력발전을 축소하려는 것은 모순이란 취지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