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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안철수 “실용적 중도 정당 만들 것… 총선은 불출마”

1년 4개월 만에 귀국… 정치활동 본격 재개 / ‘정권 심판론’ 중심 독자노선 예고 / “실용은 실제문제 해결하는데 초점 / 보수통합 움직임 참여 관심 없어” / 창당계획 관련 “여러분들과 상의” / 일각선 ‘손학규 용퇴’ 압박 시각도 / 정치권 “전략 모호” 등 반응 엇갈려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1년 4개월여만에 귀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총선을 석달 앞두고 귀국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신당 창당’ 구상을 밝혔다.

 

안 전 대표는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진영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중도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면서 자신은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보수통합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1대1 진영 구도로 가는 건 오히려 정부·여당이 바라는 일이다”면서 “관심없다”고 일축했다.

안 전 대표가 독자 행보 구상을 밝히면서 이번 총선은 다당 경합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 신당 창당과 진보 진영 정당 간 선거 연대 등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안 전 대표는 당적을 보유한 바른미래당을 기반으로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거나 ‘안철수당’을 만드는 방식으로 총선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면서 청사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하상윤 기자

안 전 대표는 이날 “실용은 이상적인 생각에만 집착하는 것을 거부하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는 뜻”이라며 “(창당) 목표는 국회를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들로 채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렵고 외로운 길이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7년 전 저를 불렀던 바람을 가슴 깊이 담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25분가량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안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정권 폭주를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을 향해서는 “반사이익에만 기대느라 혁신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반(反)문재인, 비(非)한국당’ 기조 속에서 기존 보수·진보 진영에 만족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을 타기팅하겠다는 것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안 전 대표는 이런 전략으로 ‘국민의당’을 창당해 호남과 수도권 중도층의 지지를 받아 38석을 얻어 제3당이 되는 성과를 냈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해외 연구 활동을 마치고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당 관계자는 “일단은 안 전 대표도 ‘반문재인 연대’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문 정부 독주 견제라는 대의를 생각한다면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함께하겠다는 제 뜻은 변함없다”며 “안 전 대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날 귀국 기자회견장을 찾은 안철수계 의원들은 안 전 대표의 독자노선과 불출마 발표 때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태규·권은희 의원은 수시로 박수를 치던 다른 의원들과 달리 팔짱을 낀 채 안 전 대표의 연설을 묵묵히 듣기만 했다. 다만 안 전 대표는 구체적인 창당 계획에 대해서는 “일단 여러분을 만나 상의하려고 한다. 그러고서 최선의 방법 찾겠다”며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신당 창당’ 수준의 바른미래당 리모델링을 염두에 두고 당 대표직을 고수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의 용퇴를 압박하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해외 연구 활동을 마치고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재창당이든 신당 창당이든 안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제 2의 ‘국민의당 돌풍’을 만들기 위해서는 호남의 지지 회복과 ‘안철수 브랜드’ 제고가 필수다. 20대 총선에서 일었던 안철수 바람은 호남의 ‘반민주당’ 정서와 ‘새 정치’로 대표되는 안철수의 신선함이 원인으로 꼽힌다. 4년 지난 뒤 호남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변했다. 안 전 대표는 비호감도가 높은 정치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안 전 대표의 강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변모했다.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을 물어보는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평균 20%가량을 기록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황 대표와 달리 안 전 대표는 10%에 미치지 못해 파괴력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영향력은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선거판을 확 바꾸거나 제대로 된 제3정당을 만들기까지는 굉장히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오늘 메시지는 대통령 선거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다”고 평가했다.

 

인천공항=이창훈 기자, 곽은산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