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일본의 마스다 보고서 이후 한국에서도 몇 해 전부터 ‘지방소멸론’이 유행하고 있다. 이른바 ‘소멸위험단계’에 들어선 기초자치단체의 장기발전계획을 보면 모두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줄고 있는 인구를 늘려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이라는 메가트렌드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역문제를 인구 늘리기 관점에서 접근하는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구가 줄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인 후 지역의 활로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소멸론에 대응해 농어촌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농어촌 주민이 주체가 돼야 한다. 지역이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발전의 성과가 지역에 남도록 하는 내발적 발전이 필요하다.
농어촌 지역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도시의 혁신적 에너지가 농어촌의 자원과 결합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수도권(대도시)의 인구 과밀, 먹거리, 일자리, 교육, 교통 등의 문제도 수도권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농어촌이 지니고 있는 다원적 기능의 극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도시와 농어촌의 상생 혹은 공생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가 시작한 지역상생 정책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도시청년이 농어촌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번째 유형은 농어업을 승계하거나 창업하는 것이고, 두번째 유형은 농어촌에서 농어업 이외의 취업 기회를 갖는 것, 세번째 유형은 도시에 거주하면서 농수산물 유통이나 농어촌 관광 등 농어촌 관련 일에 종사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청년 일자리 창출사업은 주로 두번째 유형에 속한다. 농어촌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어업의 발전뿐 아니라 농어촌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문화, 관광 등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농어촌 주민이 필요로 하는 의료 및 보건, 교육, 복지 등 사회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을 담당할 젊은 인력이 농어촌 지역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수도권(대도시) 지역에서 청년들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는 도시청년 지역상생 고용사업(고용형)과 지역자원 연계형 청년 창직·창업지원 사업은 환영할 일이다. 서울시와 지자체, 행정안전부와 지역기업이 분담해 청년들에게 10개월간 월 22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고용형 사업’은 올해 500명으로 확대된다. ‘창업형 사업’은 청년들이 원하는 지역에서 약 8개월간 자원탐색과 아이템 구체화 과정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연간 100팀(약 200명)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단순히 인건비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파견 경험이 있는 운영기관을 선정,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지역탐색을 통해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을 바탕으로 향후 도시청년들의 이주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사회적 플랫폼 구축도 가능할 것이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농어촌의 새로운 활력을 찾기 위해 농어촌 정책을 전환하려고 한다. 하드웨어 중심 지역개발정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자원을 활용, 농어촌의 경제적 사회문화적 생태 환경적 기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서울시의 정책지원이 도시청년에게 도전 기회를 제공해 지역의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내고, 지역 경제 활력으로 이어지게 되길 희망한다.
박진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