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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남북관계 개선 마중물, 체육·관광 교류에서 이끌어낼 것” [세계초대석]

금강산 관광재개·DMZ 유산 등재 등 / 北서 호응하면 교착 국면 돌파구로 / 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 4월 발표 /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 징검다리로 / 올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유치 목표 / 여행정보 부족 등 걸림돌 우선 개선 / ‘모험투자펀드’로 과감한 시도 장려 / 게임산업 규제 완화·재정 지원 박차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유치’와 내달 출범하는 한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신한류 정책’ 등 문체부의 새해 과제와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의 박양우 장관이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 건 으레 하는 말이 아니다. ‘장관 누군들 안 그러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문체부가 국민적 관심이 높고, 해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과제들에 직면해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남북관계 개선의 마중물이 될 문화·체육·관광 교류를 이끌어야 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문 대통령 집권 초기의 급격한 남북 해빙 무드를 만드는 단초가 되었음을 잘 알고 있어, 지금의 경색 국면을 돌파할 계기가 문화·체육·관광 분야에서 나올 것이란 기대가 크다. 또 하나 영화 ‘기생충’과 BTS의 성공을 세계 속 한국문화의 저변 확대, 위상 강화로 이어갈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기생충과 BTS의 성공은 온 국민이 반기는 일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 또한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한류 정책이 계속 강화되고 있고, 남북 스포츠 교류 등이 국가의 우선 의제로 정해져 문체부 역할이 대단히 커졌죠. 문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유관 부처는 물론 민간까지 참여하는 ‘한류위원회’를 구성할 겁니다. 2024년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대회가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된 박 장관과의 인터뷰는 지난 10일 강원도 유치가 확정된 동계청소년올림픽 이야기로 시작했다.

―동계청소년올림픽이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라 들었다.

“그렇다. 기존 올림픽 유산의 적극 활용, 지속 가능성 향상 등 새로운 개최지 선정 기준을 적용한 첫 사례다.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해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평창올림픽 정신을 지속적으로 계승 확대한다는 것이어서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다. 이제 대회조직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안은 다 짜놓았다. 4월 중에는 발표할 수 있을 거다.”

―평창올림픽이 동계청소년올림픽으로 이어진 셈인가.

“동계청소년올림픽을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개최의 중요한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남북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겠다.”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돌파구로써 문화·체육·관광 분야 활용은 일찌감치 언급되어 왔다. ‘도쿄올림픽 공동 입장과 단일팀 구성’, ‘금강산 관광재개’, ‘비무장지대(DMZ) 세계유산 남북공동 등재’,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 교류 등이 구체적 방안으로 여러 차례 제시됐다. 그러나 우리의 의지, 실천만으로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북한의 호응이 있어야 하고, 국제사회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이런 이유로 박 장관은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문체부는 주변 상황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한반도 문화’라는 큰 틀에서 지속가능한 남북관계가 조성되도록,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교류협력을 모색해 나가겠다.”

‘기생충’과 BTS의 세계적 흥행은 박 장관과의 인터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다. 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미국, 유럽 등 세계 주류 시장에서 예술성, 대중성 모두를 만족시키며 이만 한 환호와 인정을 받은 적은 없었다.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기쁨을 누리는 것과 함께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나 단순한 유행을 넘어 어떻게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할 것인가이고, 정부의 큰 역할이 요구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문화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할 정부 정책은 무엇인가.

“양질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감한 시도에 투자하는 ‘모험투자펀드’를 신설해 재원을 지원하고,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을 위해 지역콘텐츠기업육성센터 등 창·제작 공간을 운영하며, 산업계와 연계하여 프로젝트 중심 교육으로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콘텐츠 번역인력 양성, 온라인플랫폼을 활용한 해외진출 지원 등 수출과 국제교류 지원을 강화해 가겠다. 정부와, 업계, 전문가로 구성되는 한류위원회를 설립하고, 문체부 내에 국장급을 단장으로 하는 한류추진단을 곧 발족한다.”

―한류가 특정 분야에 집중된 것 아닌가.

“한류가 계속되려면 대중문화를 넘어 문화 전반을 발전시키고 확산시켜야 한다. K-팝뿐 아니라 영화, 문학, 미술 등 문화예술 전반의 기초를 다져 풍부하게 가꿔나가고 세계 각 지역에 대한 공격적 투자도 모색하겠다.”

문체부의 당면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박 장관의 대답은 보다 구체성을 띠었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유치라는 목표를 잡았다.

“중국 개별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고, 관광시장 다변화 정책 추진 등을 통해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1750만여명)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문체부 관광국장을 할 때만 해도 600만명이 목표였던 걸 생각하면 정말 많이 발전했다. 2000만명 유치는 만만치 않은 목표다. 총력체제에 들어가야 한다. 관광객의 지역방문 확대, 재방문을 통한 지역 전반으로의 관광 확산이 필수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지역관광을 어렵게 만드는 여행지 정보부족, 출입국 불편, 교통 불편, 낮은 서비스 품질 등 4대 걸림돌을 우선 개선하려고 한다.”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듯하다.

“게임산업 매출액이 14조원을 넘고 전체 콘텐츠 수출의 70% 가까이 차지한다. 게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은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크게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좋은 아이디어와 기획력만 있으면 누구나 게임 산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모험투자 펀드를 올해 새롭게 만든다. 성인의 PC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 단순 공개를 목적으로 한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면제 등은 규제 완화를 위해 실시한 정책이다. 오는 3월에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담은 진흥 계획을 발표하고, 환경변화를 반영한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을 상반기 안에 마칠 계획이다.”

―도쿄올림픽이 올해 열린다. 준비 상황은 어떤가.

“런던(5위)이나 리우올림픽(8위) 때와 같이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만 선수들의 땀, 치열하게 승부하는 모습과 도전 정신 등이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방사능 문제로 국민들의 걱정이 큰데 지난 11일 스위스 로잔에서 토마스 바흐 위원장을 만나 우리의 우려사항을 전달하고 해결을 위한 IOC의 노력을 요청했다. 앞으로도 협의하기로 했다. 올림픽 기간 중 국내산 식자재를 사용하는 현지 급식센터 운영을 강화할 생각이다. 일본이 국제원자력위원회(IAEA)에 제출한 관련 자료도 국내 전문기관에서 검토하고 있다.”

박 장관은 박근혜정부 당시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 재발 방지와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대한 구상을 밝히면서 문체부 조직의 위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던 터라 지난해 4월 취임 당시만 해도 정책 수행에 대한 적극성보다는 ‘지침을 내려 달라’는 식의 수동적인 보고가 많더라는 것이다. 문체부 근무 경력이 긴 자신이 장관에 취임한 것은 이런 조직을 다독이고, 안정화시키라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힌 그는 “문체부가 이제는 안정화는 물론 활성화도 된 것 같다. 보좌진에게 올해 화두는 경청과 격려라고 말해뒀다”고 웃어보이며 올해 해야 할 일들을 되새겼다.

“국민들이 문화·체육·관광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반드시 실현할 겁니다. 다른 산업과도 시너지 효과를 내는 신한류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 국민들의 기를 살려보겠습니다. 남북 문화·체육·관광 교류에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도 제가 해야 할 일이죠.”

 

대담=김신성 문화체육부장, 정리=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박양우 장관은  ●광주 출생(1958) ●제물포고, 중앙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학 석사, 한양대 관광학 박사 ●문화체육부 기념물 과장 ●대통령비서실 문화관광행정관 ●문화관광부 정책홍보관리실장 ●문화관광부 차관 ●중앙대 부총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