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선점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일명 ‘상표브로커’가 부쩍 늘었다. 최근 유튜브 채널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이용이 활발해지며 제3자의 상표권 선점이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EBS의 인기 캐릭터 펭수는 저작자와 무관한 제3자가 등록해 논란이 일었고, 방탄소년단은 ‘BTS’로 상표권을 출원하려는 과정에서 이를 먼저 사들인 한 기업과 분쟁이 있었다. 이들과 분쟁을 벌인 상대가 상표권을 포기하면서 상표권 논란은 원만히 일단락됐으나, 향후 다른 유명 명칭을 둘러싸고 비슷한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남겼다.
◆펭수 상표권 EBS에… 제3자, 상표 출원 취하
26일 방송계 등에 따르면 ‘펭수’와 ‘펭하’(‘펭수 하이’라는 뜻) 등 펭수 관련 상표 출원 대리인 서평강 상상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7일 EBS 실무진과 만나 펭수 관련 상표 출원인의 상표 출원 전부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서평강 변리사는 “한국교육방송공사에 지난 3일 상표권 무상양도 또는 상표권 취하 중 한국교육방송공사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처분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그때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한국교육방송공사와 소통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EBS는 지난해 9월 펭수 이미지에 대해 상표 등록을 신청했지만, 펭수라는 명칭에 대한 상표권은 이보다 늦은 지난해 11월20일 출원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제3자가 펭수 관련 명칭을 방송업과 문구류, 완구류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상표를 출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제 펭수를 TV에서 못 보는 것이냐’는 민원이 빗발쳤고, 특허청은 ‘타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된 상표는 상표권 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상표법 제34조 1항 9호를 근거로 “펭수 상표권을 제3자가 획득하기는 어렵다”고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BTS, 신세계 양보로 상표권 분쟁 마무리
방탄소년단은 그룹명의 약자 ‘BTS'를 놓고 신세계백화점과 상표권 분쟁을 벌여왔다. 지난 7일 신세계백화점이 “‘BTS' 관련 모든 상표권을 포기한다”며 “신세계는 한류 문화를 대표하는 방탄소년단의 활동을 응원한다”고 밝히면서 분쟁은 종결됐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신세계 간 갈등은 신세계가 자사 의류 편집숍인 분더샵(BOON THE SHOP)의 상표권을 영문 머릿 글자를 딴 ‘BTS’로 등록하면서 시작됐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이 데뷔하기 한 달 전인 2013년 5월 ‘BTS’ 상표권을 최초 출원했으나, 의류에 대한 상표권 출원 신청은 기각됐다. 이미 신한코퍼레이션의 ‘BTS BACK TO SCHOOL’ 상표권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2017년 신세계는 ‘분더샵’의 약자인 ‘BTS'의 상표권 출원 신청이 빅히트와 같은 이유로 기각되자, 신한코퍼레이션이 소유한 2건의 BTS 상표권을 사들였고 의류 분야에서 ‘BTS’ 상표권을 갖게 됐다. 이에 빅히트는 “다른 기업이 방탄소년단의 명칭인 BTS를 독점하고 소유할 수 없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권리를 확보할 방침”이라고 법적 다툼을 시사했고, 이후 신세계가 상표권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상표권을 둘러싼 분쟁은 일단락됐다.
◆국민적 사랑받는데 역풍 맞을라… 비판여론 의식했나
이를 두고 신세계가 BTS 상표권을 포기한 것과 관련해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부담을 느낀 것이라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백상희 특허법인 테헤란 변리사는 지난 21일 방송된 YTN 라디오 ‘생생경제’에서 “빅히트 측에서 특허청에 이의제기를 했기 때문에 특허청에서는 양측 주장을 들어서 판단을 해야 했다”며 “그런 것들이 이슈가 되다 보니 신세계 측에서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계속 (분쟁이) 이어졌다면 신세계 측이 결과에서도 지고, 이미지도 안 좋아지는 사례가 될 수 있었는데 잘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유명 명칭에 대한 제3자의 상표권 선점으로 인한 분쟁 사례는 최근 유튜브, SNS 등에서 인기 콘텐츠가 양산되며 덩달아 느는 추세다. 이에 특허청은 유명 명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3자가 상표를 먼저 등록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것을 막고자, 이런 경우 상표권 등록이 안 되도록 법적으로 제한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표권을 먼저 출원한 자에 대해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인지도에 따른 상표권 부여가 상표권을 선점한 출원자 입장에서 일면 부당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조윤경 리앤목 특허법인 변리사는 “상표법은 기본적으로 상표권자 개개인의 사적인 권리 보호뿐만 아니라 공익적 측면에서 수요자 보호를 함께 추구한다”며 “이에 따라 상표법에서 요구되는 일정한 주지도(최소한 특정 출처 표시로서 인식될 정도)를 얻은 상표의 경우에는 이러한 공익적 측면에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