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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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박쥐서 검출된 바이러스와 96% 일치..‘박쥐 몸엔 131종 바이러스’

신종 코로나 박쥐가 숙주인 듯, 먹어도 안 먹어도 '위험'
한 중국 여성이 식당에서 박쥐 요리를 먹고 있다.

 

중국 연구진들이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가 96%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쥐 체내에는 무려 131종의 바이러스가 있고 그 가운데 60여종의 동물·사람 공통 감염 바이러스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환자로부터 DNA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신종 코로나는 박쥐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와 96%의 유사성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는 89.1%의 유사성을 보였다.

 

앞서 가오 푸 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번 신종 코로나가 우한 수산물 시장에서 팔린 박쥐로부터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신종 코로나는 박쥐 몸에 살고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아갔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실제 우한 수산물 시장에선 다양한 야생동물과 박쥐가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는 ‘박쥐를 먹으면 복을 먹는다’고 생각해 박쥐를 요리해 먹는다. 박쥐는 중국어로 ‘볜푸’라고 하는데 ‘푸’가 복을 의미하는 발음과 같다.

 

◆박쥐, 안 먹어도 위험하다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의 정대균 박사에 따르면 박쥐는 날 수 있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어디든지 날아가서 중간 숙주인 다른 야생동물에게 바이러스를 옮긴다. 실제 해외에는 과일을 먹는 박쥐들이 있는데 박쥐에 있는 바이러스에 사람이접촉해 감염이 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3일 국내의 박쥐 서식 환경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이날 대전 화학연구원에서 열린 ‘신종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국내 동굴에서 가장 많은 박쥐 종은 이번 신종 코로나를 옮긴 종으로 추정되는 ‘관박쥐’다.

연구팀이 국내 동굴에서 550개 이상의 분변을 채취해 50종의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를 찾아 바이러스 계통 분석을 한 결과 베타보다는 알파 코로나바이러스가 더 많았는데, 신종 코로나는 베타 코로나 바이러스 그룹에 속한다.

 

정 박사는 “우리나라는 박쥐 등 야생동물을 먹지는 않지만 조사를 하면서 위험성을 느꼈다”면서 “동굴에 장독 등 음식물을 보관하는 이들도 있었고, 무속인들이 동굴 안에서 기도하면서 박쥐와 접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에 피서를 위해 다리 밑에서 쉬는 경우도 있는데 박쥐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박쥐 분변이 닭장에 떨어져 가축에 옮겨지고, 그것이 다시 사람으로 옮겨지는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연구원에서 2016년 국내 박쥐에서도 메르스 유사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며 “인수 공통감염병의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환경과 동물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중국 야생동물의 국내 반입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

환경부와 관세청은 중국에서 수입되는 박쥐류, 뱀류, 오소리, 너구리, 사향고양이 등의 수입 허가를 제한하고 통관을 보류하는 등 반입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조치에 따라 환경부 산하 지방환경청은 앞으로 박쥐류, 뱀목, 개과 너구리, 족제비과의 오소리, 사향삵과에 대한 수입 허가를 강화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해당 야생 동물에 대한 수입 허가를 중단할 계획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