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불안하죠. 최종 판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잖아요.”
5일 오후 5시쯤, 광주시 광산구에 있는 광주21세기병원 문이 봉쇄된 지 이틀 만에 열렸다. 저위험군으로 분류된 입원환자 32명이 병원 앞에 대기 중인 구급차에 올라탔다. 행선지는 자택이 아닌 광주소방학교생활관이다. 구급차마다 환자 1명씩 탔다. 환자가 탄 구급차 내부는 소독작업을 했다. 이들 환자는 소방학교생활관에서 14일간 외부와 단절된 격리생활을 하게 된다.
광주21세기병원은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판정을 받은 모녀가 이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출입이 봉쇄됐다. 태국 여행에서 돌아온 후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A씨가 우한 폐렴 16번째 확진판정을 받았다. 특히 같은 병원에서 인대수술을 받고 어머니 A씨의 간병을 받은 B씨마저 이날 18번째 확진자가 되면서 병원 안팎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병원의 정문과 측문은 완전히 잠긴 데다 끈으로 동여매는 등 이중삼중의 잠금장치를 했다.
이로 인해 이날 기준 의료진과 환자 등 120여명이 병원 내에 갇힌 셈이 됐고, 이들을 위해 도시락이 배달되기도 했다. 그러다 A씨 모녀가 입원한 병실(3층)과 다른 층에 있던 저위험군 환자들부터 이날 소방학교 생활관으로 옮겨지거나 자가격리 조치됐다.
한때 국내 우한 폐렴 확산 이후 처음으로 광주21세기병원이 ‘코호트 격리’됐다는 얘기가 돌았으나 보건당국은 ‘일시적인 폐쇄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코호트 격리란 특정 질병 발병 환자와 의료진을 동일 집단(코호트)으로 묶어 전원 격리해 확산 위험을 줄이는 조치를 뜻한다.
이 병원이 사실상 코호트 상태에서 해제된 것은 감염 의심환자를 집단으로 둬선 안 된다는 보건당국의 지침 때문으로 알려졌다. 비좁은 병원에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수용할 경우 바이러스 전파가 우려된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보건당국은 이틀간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와 의료진의 상태를 점검한 뒤 20여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이들 대부분 A씨 모녀가 입원했던 3층 환자들로 병원에 남아 치료를 계속 받게 된다. 광주21세기병원 의료진 대부분이 자가격리됨에 따라 군 의료진 12명(의사 2명·간호사 10명)이 이들의 치료를 맡는다.
경찰은 ‘우한 교민’이 수용된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시설처럼 이 병원 외부에 경력을 배치해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광주21세기병원은 고·저위험군 환자와 의료진에게서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정상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풍지대에서 폭풍지대 된 광주
그동안 우한 폐렴 확산 와중에 상대적으로 무풍지대였던 광주는 불과 하루 사이에 두 명의 확진자가 나온 데다 이들이 장기간 방역망에서 자유로웠던 것으로 알려지자 폭풍지대로 변했다.
이날 광주21세기병원 주변의 식당가와 상가 주변이 썰렁했던 게 대표적이다. 병원 인근의 약국은 모두 문을 닫았다. 약국 문에는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보건소로 연락하라’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인도에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고 취재진만 북적였다. 특히 A씨가 지난달 19일 무안공항으로 들어온 뒤 보름이 지나서야 확진자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에 지역사회는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아울러 A씨 모녀의 이동경로나 접촉자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어 예민해진 분위기다.
A씨와 같은 광산구 거주자 이모씨는 이날 딸아이의 유치원 등원을 시키지 않았다. 이씨는 “가뜩이나 몸이 약한 아이가 유치원을 오가거나 하면서 자칫 감염되지 않을까 불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이씨처럼 학부모의 불안감이 확산되자 관내 모든 유치원(290곳)과 어린이집(1122곳)에 대해 6, 7일 이틀간 휴원 조치했다. 휴원기간에 내부시설 소독과 방역·위생용품 등을 구비하기로 했다.
A씨의 둘째가 다녔던 고등학교도 비상이 걸렸다. 이 고교 측은 지난달 졸업식 때 A씨가 졸업식에 참석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광주21세기병원 의료진의 거주지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 학원 등과 관련한 근거 없는 소문도 확산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의료진의 자녀랑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학원에서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말도 들었다”며 “확인되지 않은 SNS가 아니라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우편집중국 임시 폐쇄… 광주문화예술회관 전체 공연 취소
우정사업본부는 A씨와 접촉한 직원이 근무하는 광주우편집중국을 이날 임시 폐쇄했다. 우정사업본부는 “16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이 광주우편집중국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광주우편집중국을 임시 폐쇄하고, 이곳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350여명)을 자가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16번째 확진자와 설 연휴 때 접촉했고, 현재는 무증상 상태다.
우정사업본부는 광주우편집중국 청사와 시설·장비에 방역조치도 했다. 광주우편집중국의 업무는 접촉한 직원의 격리가 종료되는 시기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송정역과 공항, 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에 열감지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며 “A씨와 같은 병원에 입원한 직원이 있는 광주시문화예술회관은 공연 개최 전체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감염 진단능력 확대에도 검사 수요 맞추기 역부족
오는 7일부터 전문 장비와 인력을 갖춘 50여개 민간의료기관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6시간 안에 한 차례 검사로 신속히 검사할 수 있게 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활동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와 의심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모든 검사 수요를 맞추기는 여전히 부족할 것으로 보여 보건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5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이날 현재 1회 검사로 6시간 안에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개발한 이른바 ‘Real Time(실시간) PCR’ 검사법은 질병관리본부(국립인천공항검역소 포함)와 전국 18개 보건환경연구원에서만 적용되고 있다.
지금으로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진단검사 물량은 160여건에 그친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국내 시약 제조사가 개발한 실시간 PCR 검사법 진단키트 제품에 대해 긴급사용 승인을 거쳐 우수검사실 인증을 받은 50여개 민간의료기관에 우선 공급, 7일부터 우한 폐렴 의심환자, 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환자 진단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하루에 우한 폐렴을 검사할 수 있는 물량은 2000여건 정도로 늘 것으로 보건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뿐 아니라 일본, 싱가포르 등 중국 이외 지역을 방문한 내국인 중에서도 우한 폐렴 확진환자가 나오는 등 국내 우한 폐렴 확산 속도가 빨라져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여전히 모자랄 것으로 보건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중수본 김강립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검사능력이 늘더라도 하루 2000여개 정도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에 모든 검사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좀 더 효과적인 방역망을 구축하고자 검사물량을 어디에 집중할지, 검사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우한 폐렴 치료제와 백신 개발 연구에 착수한다.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은 전 세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우한 폐렴에 대응하고자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긴급 현안 연구과제로 선정해 이달 중으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보건연구원은 8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의 임상 면역학적 특성을 연구하고 치료용 항체 개발을 위한 광범위 항원과 항체를 발굴하기로 했다. 또 백신 항원 전달체와 불활성화 백신 등 다양한 형태의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우한 폐렴은 말 그대로 신종 감염병이어서 현재 치료제나 백신은 없는 상황이다. 보건연구원은 2015년 국내 메르스 유행 이후 항체 치료제와 고감도 유전자 진단제 개발 연구 등을 통해 국내 신·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연구를 해왔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도 지원을 받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안전성을 인증한 약물을 대상으로 우한 폐렴에 효능이 있는 약품을 찾는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한현묵, 이동수 기자 hansh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