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마실 물도 없어요”…광주21세기병원 고위험군 환자들의 외침

"통제 관리자 한 명도 없어…격리자들 무방비 상태 방치" / 문제 제기되자 보건당국 뒤늦게 공무원 투입
국내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해 임시격리가 이뤄진 광주 광산구 21세기병원에서 5일 외부와 단절된 하룻밤을 보낸 입원환자가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이 없어요. 물 좀 주세요.”

 

광주시 광산구에 있는 21세기병원에는 6일 현재 고위험군 26명만 남아있다. 지난 4일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A(여·42)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진자 판정을 받으면서 한때 봉쇄된 병원이다.

 

보건당국의 조치에 따라 환자와 의료진 122명 중 전날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26명만 이 병원에 남겨두기로 했다. 저위험군 등은 광주소방학교생활관으로 옮긴 상태다.

 

광주21세기병원 의료진도 대부분 자기 격리된 상태다. 고위험군의 치료는 군의료진이 맡는다. 군의관 2명과 간호사 10명이 이들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이날 현재 보건당국은 광주 21세기병원의 의료진과 환자 등 145명에 대한 검체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입원한 환자 중 16번째 확진자와 딸(18번째 확진자)이 우한 폐렴 확진자로 판정받았다.   

 

광주21세기병원에 고위험군 26명이 입원해 있지만 제대로 관리나 통제되지 않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들을 1인 1실로 격리하겠다고 밝혔지만 격리된 환자들 얘기는 다르다.

 

A(57)씨는 “병원 측은 환자를 1인실로 옮기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상황을 통제하는 질병관리본부의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 1인실로 옮기지 못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6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21세기병원에서 3층에 격리된 환자와 보호자가 필요한 생필품을 종이에 적어 창문 너머로 내보이고 있다. 전남대병원으로 옮긴 18번째 확진자와 함께 3층에 입원했던 환자들은 병실에 남아있다. 연합뉴스

A씨 등에 따르면, 병실 간 출입이나 환자 간 접촉을 통제하는 관리자가 한 명도 없어 격리자들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다인실의 경우 샤워실과 화장실이 없어 이들은 공동 샤워장과 화장실을 함께 쓰고 있다.

 

심지어 마실 물까지 떨어져 대부분은 복도 한쪽에 놓인 공동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A씨는 전했다. 병원 청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화장실은 휴지가 널려있고, 휴지통에 든 쓰레기도 제때 처리되지 않는 등 비위생적인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화장지나 치약, 세면도구 등 생필품마저 보급이 안 되면서 격리 환자들은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감염병으로 격리를 했으면 적어도 생필품을 제대로 보급해주고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환자가 아닌 사람을 여기에 붙잡아 놓고 있다가 되레 병에 걸리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6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21세기병원에서 3층에 격리된 환자가 쪽지를 창문 밖으로 던지고 있다. 전남대병원으로 옮긴 18번째 확진자와 함께 3층에 입원했던 환자들은 병실에 남아있다. 연합뉴스

이 병원에 있다가 저위험군 환자로 분류돼 광주 소방학교 생활관(기숙사)에서 임시 격리 생활을 하는 31명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1인 1실을 받아 단독 생활을 하는 이들은 보건당국의 엄격한 통제하에 격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정형외과 치료를 받다가 온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아 1대 1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들을 도울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자 보건당국은 뒤늦게 광산구 공무원을 광주21세기병원에 투입해 환자들을 관리토록 하고, 자원봉사를 신청한 20여명은 소방학교 생활관에 투입할 방침이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