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오스카) 시상식에서 아시아 영화로는 처음 ‘작품상’ 등 4관왕의 영예를 안은 가운데, 봉 감독이 미국 기자에게 ‘왜 한국 영화를 한국어로 제작했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아 ‘질문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한국일보와 조선일보 등이 10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LA 할리우드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레드카펫에 선 봉 감독은 abc 방송 진행자로부터 “감독으로서 다른 영화는 영어로 만들었는데 왜 이번 영화는 한국어로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봉 감독은 “‘설국열차’에서도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좀 더 내 이웃,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고 싶어서 한국이라는 장소와 한국어라는 언어를 자연스럽게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질문자는 “‘기생충’이 6개 부분에 오른 것을 언급하며 “오늘 밤은 당신의 것. 축하한다”고 했다.
봉 감독이 2013년 장 마르크 로셰트와 자크 로브의 동명의 프랑스 만화 ‘설국열차’(Le Transperceneige)를 영화화한 ‘설국열차’의 대사는 약 70%가 영어였다.
또한 그가 2017년 미국 주문형 콘텐츠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연출한 영화 ‘옥자’도 영어 대사가 약 50% 정도 섞여 있었다.
해당 내용은 트위터 및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져 나갔다.
그중 프리랜서 기자 제나 기욤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누군가 봉준호 감독에게 영화 ‘기생충’을 왜 한국어로 만들었는지 물었다”면서 “그는 미국 감독에게 왜 영화를 영어로 만들었는지 물을까”라며 질문에 전제돼 있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도 입을 모았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트위터에 “만약 기생충이 인도, 일본, 중국, 아니면 대만어로 작성됐다면 진심으로 이런 질문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이 부적절하단 입장을 내놨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봉 감독은 앞서도 영어와 한국어 영화를 함께 연출해 왔다. 당연히 나올 수도 있는 질문인 것. 봉 감독을 대신해 당신이 화낼 권리가 있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잉 반응이란 입장도 내놨다.
한편, 영화 ‘기생충’은 이번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국제 장편영화 상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등 모두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중 작품· 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받았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이며, 아카데미 92년 사상 비영어 영화의 작품상 수상은 처음으로 봉 감독은 이날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