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 1883년 개항한 인천에 유입된 독일인 등 외국인들이 정착하면서 부촌이 형성됐다. 하지만 개발에 밀려 사람들이 떠나가고 빈집이 늘어나다 점차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오랫동안 방치되던 이곳에 언제부터인가 꽃길이 들어서고 세계 명작 동화를 테마로 한 담벼락이 꾸며지기 시작했다. 오즈의 마법사,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 어린 시절 환상으로 이끌던 동화 속 주인공들은 ‘도로시의 길’, ‘신비의 길’을 장식하면서 마을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제 주말이면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과 연인들로 넘쳐난다.
동화마을이 포함된 인천둘레길 12코스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해 한국관광공사가 걷기 좋은 길로 소개하는 단골 코스다. 인근 한국근대문학관에서는 김소월, 한용운, 최남선, 현진건, 염상섭 등 한국 근대문학을 이끈 기라성 같은 문인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청국과 일본의 주거지역이 경계를 이루던 지점인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은 포토명소가 됐고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 등 삼국지의 명장면이 담긴 그림 160개가 자세한 해설과 함께 벽을 채운 ‘삼국지 벽화거리’ 풍경도 장관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인천 바다를 감상하는 월미바다열차까지 개통돼 주말 당일치기 여행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주말 동화마을을 찾았다. 주말이면 주차전쟁을 벌이던 이곳은 텅 비어 있었다. 아주 드물게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갈 뿐이다. 이유가 있다. 동화마을과 붙어있는 차이나타운 때문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차이나타운은 직격탄을 맞았다. 마치 차이나타운에 가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 같은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평일에도 식객들로 붐비던 이곳마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식당 문에는 당분간 휴업한다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는데 이미 30% 넘게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코로나19 탓에 평범하던 일상이 뒤죽박죽되고 있다. 강의로 먹고사는 지인은 “대기업 강의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또 다른 지인은 “절친 결혼식이 이번 주말인데 아무래도 꺼림칙해 축의금만 송금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털어놓았다. 초등학교 교사인 지인은 “매년 이맘때 전출 교사들을 위한 환송모임을 하는데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돼 취소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는 “한 테이블도 예약 없는 날이 꽤 있다”며 “아주 힘든 상황인데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넋을 놓았다.
‘집 밖은 위험하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던 극장이나 대형마트도 한산한 모습이다. 특히 여행·외식업계는 타격이 크다.
지난해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일본 여행이 거의 취소되고 대신 중국과 동남아, 국내로 여행자들이 몰린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중국 여행마저 실종됐다.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일본 여행이 전년 동기 대비 80%나 급감한 상황에서 중국 역시 1월 중순 이후 예약의 90%가 취소되고 있다. 전체 해외여행도 2월은 전년 동월 대비 -65.1%, 3월은 -54.1% 급감했다고 한다. 국내여행도 마찬가지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제주는 국내외 여행객들이 크게 줄면서 2만원짜리 항공권이 쏟아지고 있지만 외면당하는 실정이다.
코로나19가 위험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공포감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갉아먹을까 걱정이다. 지혜로운 대처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최현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