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민주당, 비판 칼럼 쓴 교수·경향신문 고발… 정치권 “비판에 재갈 물린다”

지난달 말 경향신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민주당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확인됐다. 민주당은 칼럼을 내보낸 진보언론 경향신문도 함께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칼럼 쓴 진보학자·경향신문 고발…“선거법 위반했다”

 

1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지난 5일 임 교수와 경향신문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임 교수는 지난달 29일자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검찰인사 사태 등을 언급하며 “깊어진 정치 혐오의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선거에서 민주당을 빼고 찍어야 한다” 등 의견을 드러냈다. 

 

이에 민주당은 “선거에서 민주당을 빼고 찍어야 한다”는 임 교수 주장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고, 경향신문의 경우 해당 칼럼을 그대로 실었다는 이유로 임 교수와 신문을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으로부터 민주당이 나와 경향신문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는 연락을 오늘(13일) 받았다”며 “칼럼 때문에 고발당한 것은 이례적이라 나도 놀랐다”고 토로했다. 해당 칼럼은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 심의위원회에도 회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1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생각에 잠겨있다. 뉴스1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전직 판사(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가 얼마 전까지 대표로 있던 정당이 (나를) 왜 고발했을까”라며 “(비판을) 위축시키거나 번거롭게 하려는 목적일 텐데 성공했다. 살이 살짝 떨리고 귀찮은 일들이 생길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지식인 “칼럼 목적은 권력층 견제…고발은 재갈 물리는 것”

 

민주당의 고발을 두고 정치권과 지식인 사회에선 비판 여론이 뜨겁다. 신문사 칼럼을 쓴 필자와 신문이 특정 정당으로부터 고발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칼럼은 통상 정당과 정부 등 권력층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신문 칼럼은 권력층에 날 선 비판이 오가는 공간”이라며 “칼럼으로 비판했다고 고발이 들어온다면, 그것도 고발 주체가 집권 여당이라면, 어느 누가 위축되지 않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장지훈 국민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 부대변인도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지식인과 국민들을 탄압했던 것과 다를 바 없음을 분명히 지적한다”며 “국민에겐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다물어’민주당으로 보일 것이다”고 비난했다.

 

경향신문 1월 29일자 칼럼. 경향신문 캡처

김정현 대안신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힘 있는 여당이 표현의 자유와 국민 알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누가 보호한다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나를 고발하라”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진 전 교수는 “이쯤되면 막 가자는 거다. 왜, 나도 고발하지”라며 “낙선운동으로 재미봤던 분들이 권력을 쥐더니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한다. 여러분, 민주당은 절때 찍지 맙시다. 나도 임미리 교수와 같이 고발당하겠다”고 강조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