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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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더 이상 표 애걸 못 시켜”…한국당 김성태 불출마

‘딸 부정채용 의혹’엔 “지난날 후회스럽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했던 저의 정치여정을 내려놓고 21대 총선에서 우리당의 승리와 보수 우파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2020.2.15/뉴스1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인 김성태 의원(사진)이 오는 4·15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딸의 KT 부정채용 의혹으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재판부가 ‘특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 비판 여론이 인 것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보수우파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기로 결심했다”고 표면적인 이유를 댔다.

 

김 의원은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발히며 “저는 문재인 정권을 불러들인 원죄가 있는 사람으로서 자유우파의 대동단결을 위해 저를 바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에게 개혁 공천, 이기는 공천을 요청한다”면서 “자유통일당 김문수 대표,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 등 서로 갈라져 있는 보수우파에 ‘통 큰 화해’를 당부드린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제 정치 여정의 마지막 소원이자 책무는 통합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이처럼 통합을 강조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던 2016년 12월 그가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미래당으로 간 일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공작과 정치보복을 중단하고,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것을 그만두기 바란다”고도 역설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했던 저의 정치여정을 내려놓고 21대 총선에서 우리당의 승리와 보수 우파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2020.2.15/뉴스1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출신으로 지난 18대 국회에 처음 입성한 김 의원은 서울 강서을에서 내리 3선을 지냈다. 그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한국당 원내대표로 있으면서 단식투쟁으로 ‘드루킹 특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해엔 딸의 KT 부정채용 의혹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으며, 올해 1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1심 재판부는 김 의원 딸이 여러 특혜를 받아 정규직으로 채용된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날 김 의원은 ‘딸의 특혜채용 문제가 불출마 결심에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아이의 정규직 채용 절차가 부적절하게 진행된 것을 모르고 저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살았던 지난날이 후회스럽고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 할 일은 우선 가족들을 챙기고 딸 아이를 건강하게 해주고 싶다”고도 부연했다. 김 의원은 울먹이며 “제 가족에게 거리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한 표를 애걸하는 일을 더이상 시킬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이적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병원에 입원할 예정”이라며 “건강이 휘청댈 정도로 견디지 못하겠다, 자괴감과 상실감이 든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