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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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막은 합리적 의심…고대안암병원 교수의 빠른 판단

흉부통증 환자 CT 결과에서 ‘코로나19’ 의심 후 조기 격리

해외 여행력이 없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9번째 확진 환자(82세 남성)의 조기 격리로 병원 내 감염전파 피해를 최소화 한 건, 해당 환자의 검사 결과를 무심히 넘기지 않고 감염 가능성을 의심한 응급의학과 교수의 빠른 판단 덕분이었다.

 

16일 뉴스1에 따르면 29번째 환자는 앞서 동네의원 2군데 정도 들른 뒤, 전날(15일) 오전 11시46분쯤 고대 안암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흉부통증으로 심근경색이 의심돼 응급실 중증구역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는 엑스레이(X-ray) 촬영으로 폐부분에서 이상점이 발견된 뒤, 이어진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에서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폐렴 소견이 확인됐다. 이에 응급의학과 교수가 ‘코로나19’를 의심하면서 환자는 곧바로 응급실 음압격리병실로 옮겨졌다. 바이러스 검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빠르게 격리 조치부터 취해진 거다.

 

고대 안암병원 관계자는 뉴스1에 “지난 15일 내원한 이 환자는 해외 여행력이 없었고 흉부 통증으로 내원했음에도 응급의학과 교수가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했다”며 “검사 시작 전 환자를 바로 격리했다”고 밝혔다.

 

서울 성북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9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권역응급센터 읍암격리실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환자는 양성이 확인되고 다음날 오전 1시45분쯤 입원치료 격리병상인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기 전까지 이곳에서 14시간가량 머물렀지만, 노출된 시간은 3시간여에 불과해 접촉된 환자는 6명 정도로 알려졌다. 토요일이어서 응급실 환자가 적었던 것도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교수가 검사 결과를 ‘의심’한 덕분에 더 큰 피해를 막았다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이 환자와 접촉했던 의료진 36명은 자가격리 중이며, 응급실은 폐쇄 후 소독이 진행되고 있다. 환자에게는 발열과 폐렴 소견이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안정적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29번 환자는 대략적으로 지난 15일 오후 12시께부터 오후 4시까지 고대 안암병원 응급실에 있었다”며 “CT상 바이러스 폐렴이 의심돼 음압병실로 이송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고대 안암병원은 29번 환자가 의심환자 단계일 때부터 접촉자 명단을 확인했다고 한다”며 “오늘 역학 조사관과 그 부분 확인해 격리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1차 명단 다 파악해 확인 작업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아울러 “29번째 환자는 고대 안암병원에 가기 전 개인 의원 두 군데에 들렀다”며 “실제 진료가 이뤄졌는지는 조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소가 해당 병원의 업무를 중단시키고 조사하는 조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29번째 확진 환자가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종로구 노인회관도 현재는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 본부장은 “보름 전쯤 이 노인회관이 폐쇄됐다”며 “29번째 확진 환자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사전에 폐쇄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