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살 거면 친환경 제품으로.”
대기업 직장인 김미진(37·여)씨는 요즘 이른바 ‘지속가능한 소비’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먹는 식음료부터 소파·의자 등 가구까지 일상에 쓰이는 모든 상품의 재료와 생산방식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환경친화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김씨는 17일 “지난주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운동화를 중고로 구매해 신고 있는데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나 품질면에서 뒤떨어진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오히려 지속가능한 소비에 동참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겨 물건을 살 때마다 친환경 제품인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속가능한 소비에 빠져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속가능한 소비는 자원 낭비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해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지구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단순히 소비를 덜 하는 것을 넘어 효율적 방식으로 소비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는 점이 특징이다.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충분히 고려해 상품·서비스를 구매하는 현상인 ‘착한 소비’의 구체적 버전인 셈이다.
지속가능한 소비는 이제 반짝 트렌드를 넘어 일상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착한 소비자’가 늘면서 기업들도 앞다퉈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며 호응하고 있다.
◆소비자 10명 중 5명은 ‘친환경 구매’에 경험
지속가능한 소비를 하는 방식은 소비자의 현실과 취향에 따라 다양화하고 있다. 네스프레소 커피머신을 이용 중인 대학생 윤수정(24·여)씨는 이 커피머신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윤씨는 “지난해 생일선물로 받은 이후에 별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최근 한 블로그에서 커피를 만들고 남은 알루미늄 캡슐을 수거해 재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캡슐이 다양한 상품으로 재활용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생각에 앞으로도 꾸준히 이 회사 기계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스프레소는 알루미늄 캡슐을 회수해 자전거와 나이프, 시계 케이스 등을 만든다.
1인가구 대학생 박소정(27·여)씨는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일회용 젓가락 등 일회용품을 빼 달라고 미리 요청한다. 박씨는 “어차피 집에 있는 젓가락으로 먹으면 되는데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일회용품을 쓰고 있었다”며 “최근 환경보호에 동참하기 위해 배달음식 주문 시 일회용품을 빼 달라고 업체 요청란에 기재한다”고 전했다. 최근 배달 앱인 ‘배달의 민족’ 등 업체들도 주문 시 ‘일화용 수저, 포크 안 주셔도 돼요’라는 요청사항 항목을 만들어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소비의 확산은 수치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소비자 시장조사 전문회사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6월 만 16~64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소비자 10명 중 9명은 착한 소비를 한 적이 있고, 그중 절반은 친환경 소비를 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회 전반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착한 소비’는 소비활동에서 가치와 의미를 좇는 요즘 소비자들의 성향을 직접적으로 잘 보여주는 활동이다.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착한 소비는 친환경 소비(55%, 중복응답)가 가장 높았고, 타인을 돕는 소비(38.4%), 유통단계에서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 소비(36.4%),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소비(35.2%) 순이었다.
90.7%의 응답자들은 착한 소비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고, 이들이 1순위로 뽑은 활동은 ‘친환경 제품의 구매’(49.1%, 중복응답)였다. 뒤를 이어 ‘전통시장 이용’(48.3%)과 동네 소매점 물품 구매(31.2%)와 사회적기업의 제품 구매(26%), 공정무역 제품 구매(24.7%) 등이 뒤를 이었다. 소비자의 구매와 유지 등에 환경보호 등 지속가능한 소비 이슈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의 환경 이슈에 대한 관심과 실천의지 제고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조사도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12월 최근 1년 이내 국내외 ‘호텔’ 숙박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환경 이슈’ 및 ‘호텔 어메니티(객실 내에 비치된 비품)’ 관련 인식 조사를 한 결과, 나름 환경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고(2018년 77.8%→2019년 84.7%), 요즘 여러 가지 이유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2018년 66.1%→2019년 73.3%)는 응답이 매년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10명 중 8명(82.6%)이 일상생활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응답했고, 요즘 환경문제와 관련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밝히는 소비자가 10명 중 9명(88%)에 달했다. 소비자들이 호텔 및 숙박업계에서 제공하는 ‘일회용품 어메니티’의 사용을 규제하자는 주장에 공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송으뜸 트렌드모니터 콘텐츠본부 차장은 “미세먼지와 재활용쓰레기 등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직접 체감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소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체감하고 ‘나의 문제’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더 많은 소비자가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소비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구에서 페트병까지 기업도 친환경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이 이러한 지속가능한 소비에 쏠리면서 기업들에도 친환경 제품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기업들은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데서 벗어나 이제 공정과 수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환경에 부합하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시디즈의 모든 의자 제품은 세계적인 친환경 인증제도인 그린가드 인증을 획득했다. ‘그린가드’는 실내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방출량을 규정·관리하는 비영리단체인 미국의 GEI(Greenguard Environmental Institude)가 운영하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친환경 인증이다. 재료, 마감재, 제품 전반의 실내 환경 및 실내 공기질 표준에 부합하는지를 검사해 인증을 부여한다.
시디즈는 정전기를 통해 분체도료를 부착하고 이를 가열해 도막을 얻는 친환경 공정 ‘분체도장’을 도입했다. 또 마감재인 우레탄을 프레온가스 대신 수발포공법으로 바꿔 오존 보호에 나서는 한편 친환경 폐수처리시설을 통해 환경보호에 나서고 있다.
코카콜라는 씨그램과 스프라이트 페트병에 무색 패키지를 적용했다. 2025년까지 전 세계 자사 모든 음료의 용기를 친환경 패키지로 교체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는 코카콜라는 페트병 라벨지도 분리하기 쉽도록 에코 절취선 라벨을 적용해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포카리스웨트는 라벨을 분리하고 안쪽에 새겨진 행운번호를 통해 경품을 증정하는 방식으로 올바른 분리수거를 통해 페트병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심규성 시디즈 제조부문장(상무)은 “시디즈는 글로벌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친환경 문제에 공감하고 무엇보다도 친환경적인 재료, 생산방식 등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지속 연구하고 있다”며 “의자 업계 리딩 브랜드로서 업계 전반에 환경 가치와 의미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