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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땅 돌려달라” 친일파 민영휘 후손 소송서 최종 패소

친일파 민영휘. 연합뉴스

 

친일·반민족 행위자인 민영휘(1852~1935)의 후손들이 국가에 귀속된 토지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최종 패소했단 소식이 17일 전해졌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 9일 민영휘의 후손인 유모씨가 대표를 맡은 영보합명회사(영보)가 “서울 강남구 세곡동 땅 1492㎡(약 451평)에 대한 소유권 보존등기를 말소해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심리 불속행으로 기각했다.

 

더불어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심리 불속행 기각은 항소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을 때 본안 심리를 열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이다.

 

민영휘는 1910년 조선총독부에서 자작 작위를 받은 대표적 친일 인사로,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2007년 그를 재산환수 대상이 되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판단했다. 

 

그간 친일 재산으로 국가에 귀속된 세곡동 땅을 두고 소유권 분쟁을 벌인 유씨는 민영휘의 셋째 아들 민규식의 의붓손자다. 앞서 민규식은 일본 제국주의의 토지 조사령 덕분에 문제의 세곡동 땅을 소유하게 됐다. 

 

유씨 측에 따르면 33년 할아버지 민규식은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 매매회사 영보에 이 땅을 출자했다. 이를 근거로 소유권이 후손인 자신에게 있단 게 유씨의 입장이다.

 

이 땅은 49년~50년 농지개혁법 시행 이후 국가 소유가 됐다.

 

이에 민규식 후손들은 세곡동 땅이 제대로 분배·상환되지 않아 농지개혁법에 따라 원소유자에게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씨의 어머니 김모씨가 2013년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이에 유씨는 2017년 “행정절차상 오류로 세곡동 땅이 국가에 잘못 귀속됐다”며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는 소송 과정에서 “민규식이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역임하는 등 친일 반민족 행위자에 해당한다”며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이 사건 모(母)토지를 취득했다”고 맞섰다.

 

이어 “설령 민규식이 자신의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게 아니라 할지라도 부친인 민영휘의 친일행위 대가로 취득한 친일재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친일재산 특별법)에 따라 각 토지가 모두 국가에 귀속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1심은 진상규명위가 민규식에 대해 친일 반민족 행위를 했다고 본 점을 인정하면서도 “민규식이 모토지를 사정받을 당시 이미 친일 반민족 행위를 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민규식이 민영휘로부터 증여받은 것이라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유씨 측 승소를 선고한 1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친일파의 재산 정도를 판단하지 않더라도 토지 소유권의 전제가 되는 출자기록을 찾기 어렵단 이유에서였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세곡동 땅이 영보에 출자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6·25 전쟁 시기 (민규식이) 납북됐고 1985년 2월28일 영보의 대표사원에서 해임됐다가 퇴사 처리된 점 등에 비춰보면 농지분배 관련 서류에 영보가 피보상자로 기재돼 있다는 것만으로는 민규식이 영보에 이 사건의 각 토지를 출자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이라며 국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