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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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무대 도전 나서는 기성용, "돈보다는 도전 선택"

기성용이 스페인 라 리가 소속 클럽과의 계약 마무리를 위해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공항=뉴스1

K리그 유턴이 불발된 기성용(31)이 유럽축구연맹(UEFA) 랭킹 1위인 스페인 라 리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스페인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계약을 위해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현지로 출국했다.

 

기성용은 이날 출국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다. 처음 프리미어리그에 갔을 때보다 더 설레는 것 같다”면서 “20대 초반 나이는 이제 아니지만 도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 가서 어떤 활약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이 자체로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새 행선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기성용은 “죄송하지만 아직 팀을 밝힐 수는 없다. 이해해 달라”면서 “1부리그에 있는 클럽”이라고만 전했다. 당초 레알 베티스와 계약한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현재는 마요르카가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되는 중이다. 기성용이 스페인 2부리그 상위권의 우에스카와 협상을 진행 중 해당팀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와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라 리가에 승격돼 올라온 마요르카는 현재 라 리가 18위로 강등권 싸움을 진행 중으로 특히 24경기 23득점의 빈공에 시달리고 있어 후방 플레이메이킹에 장점이 있는 기성용이 활약할 여지가 더 많은 팀이다. 

 

그동안 기성용은 스페인보다 금전적 조건이 더 좋은 몇 개 리그를 포함해 복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해 왔다. 그러나, 결국 돈 대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그는 “난 이제 가족도 있고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스페인은 어렸을 때부터 너무 동경했던 곳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 생각했기에, 돈을 비롯해 다른 어떤 것보다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K리그 복귀 불발에 대해서는 작심한 듯 답변을 쏟아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기량에 자신이 있을 때 팬들에게 좋은 축구를 보여주고 싶었다. 대표팀에서도 은퇴했으니 국내 팬들에게 제 플레이를 보일 기회가 없는 만큼 좋은 선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서울과는 지난해 12월부터 얘기하고 있었다. 팀 구성이 다 끝난 뒤 뒤늦게 서울 입단을 추진했다는 보도는 잘못된 얘기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코치진과 상의한 뒤 (구단 측에서) 계약하지 않겠다는 통보가 왔다. 프로 생활에서 여러 팀과 협상하면서 ‘이 팀이 나를 정말 원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위약금 문제를 서울과 잘 해결해 보려고 했는데, 그조차도 서울에서 허락하지 않아 전북에 가기도 쉽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향후 다시 국내로 돌아와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은 마음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말을 흐렸다. 그는 “돈을 원했다면 국내에 돌아올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다. 돈보다 팬, 구단과 같은 목표를 갖고 뭔가 이뤄내겠다는 가치가 저에겐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더라”라면서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언제까지 거기서 뛸 수 있는 게 아니고 어느 시점엔 내려와야 할 텐데, 과연 그럴 때 K리그에 오려고 하겠는가”라고 일갈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