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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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파속도 빠르고 장기화하는 추세…"소비심리 위축세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 높아"

메르스 때보다 코로나의 지역사회 전파 속도가 빠르고 장기화되는 추세…향후 소비심리 충격 훨씬 클 것으로 전망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여행사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빠른 확산 속도에 소비심리가 짓눌렸다. 이달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가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RES) 사태 때 만큼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 때보다 코로나의 지역사회 전파 속도가 빠르고 장기화되는 추세라 향후 소비심리 충격은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전월대비 7.3포인트 하락했다. 메르스 사태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던 2015년 6월(-7.3포인트) 이후 4년8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0월(-12.7포인트)과 동일본 대지진 여파가 미친 2011년 3월(-11.1포인트)에 이어 메르스 때와 마찬가지로 역대 세번째로 소비심리가 크게 꺾인 것이다.

 

낙폭이 커지면서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0월(98.6) 이후 넉 달 만에 다시 기준선(100)밑으로 떨어졌다. 경기 비관론이 우세해졌다는 얘기다. CCSI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주요한 6개 지수를 표준화한 지표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17일까지 이뤄졌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기 이전까지의 수치라고 보면 된다"며 "최근 심각해진 부분은 사실상 (이번 조사에) 반영이 좀 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급증하기 이전에 조사가 이뤄진 만큼 소비심리 위축세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사의 마지막 날은 2월17일로, 코로나19가 발병했지만 확산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 시점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수를 구성하는 모든 항목이 줄줄이 하락했다. 경기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현재경기판단과 향후경기전망CSI는 이달 각 66, 76으로 전월보다 12포인트, 11포인트씩 떨어졌다.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현재생활형편 전망과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지수, 소비지출전망도 각 2~4포인트 내려갔다. 취업기회전망지수는 81로 7포인트 하락했다. 일자리에 대한 인식도 나빠진 셈이다.

 

향후 1년 뒤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해 역대 최저 수준인 1.7%로 되돌아갔다. 경기 불안감으로 미래 물가상승률에 대한 기대도 떨어졌다는 얘기다. 다만 물가인식은 1.8%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규제가 계속되면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꺾였다. 주택가격전망CSI는 112로 전월보다 4포인트 내렸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9월(109)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가계부채CSI는 99로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2008년 7월 이후 최저치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