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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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코로나, 운명공동체 깨닫는 계기돼야

우리 사회의 미성숙한 연대의식 드러나 / 질병 앞에서 나와 남 구분 결코 도움 안돼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이 불안에 떨고 있다. 2월 20일을 기점으로 매일 100명 이상이 확진자로 판정되며 대다수 국민의 일상생활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중국의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치료법이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황과 겹쳐 불안이 확산하는 이 상황은 당연하게 보인다.

하지만 또 다른 감염병인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는 전 세계적으로 1만8500명에 달했고 에이즈, 치매, 암 등 인류가 아직 뚜렷한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한 질병은 모두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았을 때 현재 우리가 코로나에 대해 가진 공포감은 단순한 질병의 확산으로 인해 형성된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를 단순한 감염병을 넘어 사회적 질병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그 배후에는 우리 사회의 사회연대 및 공동체 의식의 미성숙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다음의 세 가지 상황을 살펴보자.

김중백 경희대 교수 사회학

먼저 우한의 우리 교민이 들어와 수용되는 과정을 돌아보자. 아직 확진되지도 않은 우리 국민을 밀폐된 국가시설에서 수용하겠다는 정부 차원의 대승적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 지역만은 안 된다’라는 일종의 님비 현상이 나타났다. 어렵게 타국을 떠나 불안과 두려움에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모국에 돌아온 교민들을 맞이한 건 수용지역 인근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과 거친 말이었다. 이 장면을 통해 나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는 이성적 판단을 넘어 어떤 집단행위도 할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 드러났다.

두 번째로 대구시에서 감염예방을 총괄하는 보건소 직원이 뒤늦게 신천지 교인임을 밝혀 충격과 불안을 가중했다. 신천지가 이 과정에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초비상이 걸린 이 상황에서 자신의 종교만을 생각해 잠재적 확진자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보건업무에 임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도덕적 해이를 넘어서 시민의식의 실종이자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연대의식 상실로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생필품 사재기가 도를 넘고 있다. 전시나 최악의 자연재해가 벌어진 상황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생필품을 사재기하면 개인적인 불안감을 잠시 해소할지는 몰라도 사회적으로 집단 불안감을 야기하여 현 상황을 과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장면은 코로나가 육체적 질병 차원의 피해를 넘어 공동체 질서의 근원을 위협하는 사회적 병리가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앞으로 코로나로 인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질병으로 고통받을지 지금 시점에서 쉽게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를 극복하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손을 잘 씻고 기침을 소매에 하는 행위 못지않게 우리 모두가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와 조직의 관점에서 행동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바탕으로 코로나라는 질병을 함께 극복하려는 타인에 대한 신뢰와 배려를 가져야 한다. 질병 앞에서 나와 남을 구분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 조금 나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내 이웃, 내 동료가 병에 걸리면 결코 나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내가 책임 있게 행동해야 타인이 안전하게 살 수 있으며, 내가 공동체를 생각할 때 공동체가 나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다.

코로나가 심각 단계에 접어든 지금 정부의 정책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므로 결국 우리 스스로가 시민의식의 기반 아래 사회적 자아로서 책임 있게 행동해야만 질병으로서 코로나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병리 상태로서의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다.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란터만은 저서 ‘불안사회’에서 현대사회의 개인은 사회의 불확실과 혼란스러움으로 인해 급진주의와 광신주의로 기울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란터만은 시민사회의 연대 재건을 제시한다. 우리 스스로 타인의 입장에서 나의 행동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데서 진정한 공동체와 연대는 결성된다. 결국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더불어 사는 운명공동체임을 잊지 않았을 때 코로나는 극복되리라 믿는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 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