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본점 확산을 막기 위해 대체 근무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은행 본점은 대규모 인력이 모인 데다 내부와 외부 통신망이 분리된 전산시스템으로 인해 사전 대책 없이 본점이 폐쇄되면 금융거래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증권가도 행사 취소와 시설 휴관 등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2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4일부터 본부 부서별로 핵심 인력을 서울 강남, 영등포, 광교 백년관, 경기 일산의 스마트워킹센터 등으로 분산 배치하고, 대체 사무실과 종합상황실도 마련했다. 이는 본점 건물 폐쇄로 전체 인력이 일시에 자가 격리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자택 PC로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데스크톱 가상화 환경도 조성했다.
KB국민은행은 본부 부서가 서울 여의도 본점, 별관, 세우빌딩, 더케이타워 등 4곳에 분산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특정 층을 폐쇄하면 층간 이동하고, 건물 한곳을 폐쇄해야 하면 다른 건물로 이동해 근무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KB국민은행은 전산센터도 서울 여의도와 경기 김포 두 곳으로 이원화해 운영하고 있다. 어느 한 곳을 폐쇄하면 다른 곳에서 전산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두 센터 모두 확진자가 발생하면 필수 인력이 재택 근무하도록 보안이 확보된 네트워크로 원격 접속할 환경을 구축했다. 필요하면 방호복을 입고 일할 수 있게 준비해뒀다.
하나은행은 본점 비상 상황에 대비해 청라글로벌캠퍼스, 망우동, 서소문 등에 대체 사업장을 마련했다. 각각 수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체 사업장은 평소에 비어 있고 은행 업무를 처리할 각종 시설을 갖췄다. 비상시 전산직원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주거지에 은행 내부망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상황별로 대체 사무실을 확보했다. 일부 층을 폐쇄하면 다른 공간에 마련된 곳에서 사무를 처리하고, 폐쇄 부서가 많아지면 우리금융 남산타워, 서울연수원 등으로 분산 근무하게 했다. 최악에 상황에 대비해 주·부 담당을 지정해 유사시 대체인력을 투입할 채비도 갖췄다.
NH농협은행은 본점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본점 신관 3층에 대체 사업장을 마련해 놓았다. 이곳은 평상시에는 출입이 통제되고 비상시에만 부서별 필수 인력이 근무하는 공간이다. 농협은행은 아울러 서초구와 경기도 의왕시 전산센터의 대체 사업장으로 경기도에 안성센터를 확보했다.
증권가에서도 코로나19 확산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거래소는 다음달 8∼10일 개최 예정이었던 ‘제38차 아시아오세아니아증권거래소연맹(AOSEF) 총회’를 내년 4월로 연기한다. 이 행사는 아시아지역 거래소 간 우호협력 및 정보교류 확대를 위해 1982년 설립된 회의체로, 현재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지역 13개국 19개 거래소가 참여한다. 2005년 이후 1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26일 열릴 예정이었던 시장감시본부 신년 기자간담회도 취소하고, 지난주부터 공시와 시장조치의 필수 인력 10명을 경기 안양에 있는 백업센터에 분리 근무시키는 등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도 필수 인력 일부를 대체 업무공간에 분리 근무를 시키는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주요시설 휴관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서울사옥 금융교육실과 부산 자본시장역사박물관을 전날부터 임시휴관 조치했다. 한국예탁결제원도 부산과 일산에 있는 증권박물관을 임시휴관 조치했고, 증권사들은 각 지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투자 관련 세미나를 취소하고 있다.
남정훈·김범수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