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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진보진영 모아 ‘비례정당’ 추진… 정의당 “꼼수정당” 반발

‘시민단체 제안서’ 접수 공론화 / 정의·녹색·미래당 후보 내세워 / 연합정당 구축 미래한국당 맞서 / 일각 ‘與 셀프 비례정당’ 의구심 / 심상정 “진보세력·중도층 이탈 / 이해찬 대표 입장 밝혀라” 촉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진보 진영의 비례대표 후보를 한데 모은 ‘비례정당’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민주당뿐 아니라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이 비례대표 의원 후보 지분을 가진 단일 위성정당을 창설하는 안이다. 그러나 제안을 받은 정의당은 “꼼수정당”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주권자전국회의 등 시민단체들로부터 정치개혁연합 창당에 관한 제안서를 받았다”며 “이해찬 대표에게도 보고했고, 당내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를 검토하려는 단계”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의 제안은 민주당과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 등 진보·개혁세력들이 힘을 합쳐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을 창당하고,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들을 여기에 파견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을 10일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2차 회의에 이낙연(왼쪽부터),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과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이 민주당 비례정당 창당에 반대한다는 김해영 공동선대위원장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도 호응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으로서는 현재대로 가거나 연합정당에 참여하는 방법뿐”이라며 “정의당이 현재는 부정적이지만 참여하면 협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핵심관계자는 “그쪽(주권자전국회의)안 대로 갈지 다른 방안을 고려할지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여러 세력이 함께하면 비례후보자 순번을 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주권자전국회의 등의 제안이 민주당의 ‘셀프 비례정당’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 중 한 명이 민주당 황희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황 위원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쪽에서 저한테도 연락이 왔지만 제 현재 상황 때문에 함께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며 “의사결정과정에서 전혀 한 것도 없고 중간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뉴스1

정의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비례민주당 창당이 너무 명분이 없으니까 작은 정당들과 함께 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비례민주당이든 연합이든 꼼수 정당이고 또 창당과정에서 의원 꿔주기 등 꼼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진보세력 간의 균열과 중도층 이탈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런 뒤 “민주당은 의석을 몇 석 더 늘릴 생각을 하지 말고 진보개혁세력 전체 의석을 확대하는 협치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비례정당) 창당 여부와 민주당 안팎의 추진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심 대표는 이날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참고해달라고 했다. 백 교수는 여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비례민주당’ 창당론과 진보진영 일부가 제안한 ‘선거연합정당론’ 모두를 비판하면서 지역구 선거와 정당투표에 대한 ‘전략적 분할투표’를 제안했다. 즉, 지역구에서는 민주당에, 비례대표에서는 진보진영 소수정당에 투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의 지역구 선거연대는 힘들 전망이다.

 

지난해 4·3 재보선 창원·성산에서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후보단일화를 통해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를 504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번 총선에서도 고양갑, 창원성산, 인천연수을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미래통합당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한 민주당과 정의당의 후보단일화는 살아있는 카드다. 민주당이 비례정당 창당 쪽으로 움직이면 정의당과의 선거연대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 정의당 관계자는 “전체 선거구로 봤을 때 단일화 갈증이 큰 쪽은 오히려 민주당일 것”이라며 “민주당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