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함경남도 원산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쐈다. 발사체는 약 35㎞의 고도로 240㎞를 날아갔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지난해 11월28일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쏜 이후 95일 만이다. 동계훈련 중인 북한이 지난해 시험발사했던 신형 무기 중 추가적으로 성능 보완 등이 필요했던 무기를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리만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농업 담당 부위원장 전격 해임에 따른 내부 동요를 단속하고 군부의 경각심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국가적 재난으로 번지면서 우리 국민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시점에 북한이 무력시위에 나선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소원하다고 해도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린 행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남북 보건분야 협력을 제안한 이튿날 발사체를 쐈다는 점에서 남한과의 협력이나 대화에 나설 뜻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어제 “조선(북한)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앞으로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앞으로도 미사일·엔진 시험 등을 계속할 게 분명하다.
북한이 발사체 도발로 문 대통령의 제안을 걷어찼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상투적이고 미온적이다. 청와대는 어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어 우려를 표명하고 도발 중단을 촉구했을 뿐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한국을 중재자는커녕 ‘투명국가’로 취급하고 대통령에게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막말을 쏟아내는데도 북한을 향한 정부의 구애는 일편단심이다. 남북관계만 잘되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는 모양이다.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북한 비핵화 협상은 무한정 표류하는 상황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치러진 뒤에야 협상 재개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긴 호흡으로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지 않으면 남북관계도 풀릴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냉철한 현실 인식과 구체적 방법론이 없는 한반도 평화 구상은 공허하고 위험하다.
[사설] 문 대통령 ‘보건협력’ 제안에 발사체로 답한 北
기사입력 2020-03-02 23:25:06
기사수정 2020-03-02 23:25:05
기사수정 2020-03-02 23:25:05
Copyrights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