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길가의 무너져 내린 상점과 버려진 자동차,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가옥들이 차창 밖을 연신 지나간다.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담은 검은색 자루를 포클레인이 옮기는 장면은 이 땅의 복구작업이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후쿠시마현은 규모 9의 지진과 높이 15m의 쓰나미로 4109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특히 폭발사고가 있었던 제1원전 반경 20㎞ 내에는 피난지시령이 발령돼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극도의 고통을 겪었다. 한때 현 면적의 12.5%에 달했던 피난지시령 발령 지역은 다음 달 일부 지역이 다시 해제되면서 2.5%(339㎢) 규모로 축소된다. 주택, 농지, 도로, 공공시설 등에 대한 방사성물질 오염제거 작업은 2018년 종료돼 여기서 나온 흙 등 방사능 폐기 물질은 검은색 자루에 담겨 임시저장부지에 쌓아놓았다. 이 자루를 제1원전 주변에 조성된 중간저장시설로 옮기는 작업이 내년에 끝나면 피해지역 재생 프로젝트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와 도호쿠 지방의 중심 도시인 미야기현 센다이시를 연결하는 철도 조반센(常磐線)도 귀환곤란구역 내 있던 나미에와 도미오카(富岡) 구간 20.8㎞가 14일 재개통됨으로써 태평양 연안을 연결하는 철맥(鐵脈)이 완전히 개통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권은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계기로 후쿠시마 부흥을 국내외에 선언한다는 방침이다. 26일에는 현 내 축구시설인 J빌리지에서 성화 출발식이 열린다. 야구와 소프트볼과 같은 도쿄올림픽의 일부 경기도 이곳에서 개최된다. 메달리스트에게 주는 축하 꽃다발에는 후쿠시마산 꽃도라지가 포함됐다.
정부의 움직임과는 달리 과제는 여전하다. 주민의 귀환과 풍평(風評·뜬소문) 피해 해소가 대표적이다. 떠났던 주민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나미에마치의 경우 재해 발생 전 2만명이었던 인구는 1734명(2019년 12월 기준)으로 주민 귀환율이 10%도 안 된다. 가장 많았을 때 16만4865명(2012년5월)이었던 현 전체의 피난자 수는 지금도 4만13478명(지난 1월 기준)에 달한다. 나미에팜(Namie Farm) 이즈미 와타루(和泉亘) 대표는 “미귀환 주민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 중 ‘귀환하겠다’는 10%에 불과했고, ‘돌아오지 않는다’는 50%였다”며 “실제 귀환자의 60%가 60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또 현 생산 농산물과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소문에 의한 이미지 손상을 의미하는 풍평피해로 일본 국내에서도 가격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 정권은 코로나19 사태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내외 반발을 무릅쓰고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방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는 후쿠시마 주민의 재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중대 현안이 되고 있다. 최근 아사히신문과 후쿠시마방송 여론조사에서 후쿠시마 주민의 57%,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는 일본 국민의 59%가 해양방출 방안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홀딩스 오노 아키라(小野明) 상무(폐로·오염수대책최고책임자)는 지난달 25일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현재 보관 중인 처리수(다핵종제거설비에서 처리 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할지 방침을 결정한 뒤 시행에는 2년∼2년 반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2년 여름쯤 오염수를 보관하는 전체 탱크의 저장 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른다. 역산해보면 일본 정부는 늦어도 도쿄올림픽(7∼8월) 직후엔 최종 처리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주일 외교관과 외신 등을 상대로 설명회를 수시로 개최하면서 선전전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16∼2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5개국(몽골 독일 스웨덴 파라과이 남아공) 이사가 방일한 데 이어 26일에는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제1원전 방문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부흥올림픽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중앙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후쿠시마 현지에서는 불편한 기류도 조성되고 있다. 오쿠마(大熊)마을조성공사 다카다 요시히로(高田吉弘) 사무국장은 “솔직히 말해서 올림픽이 끝났다고 모든 (부흥 노력이) 완료된 것처럼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국가 등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올림픽이 끝나면 부흥도 모두 완료됐다고 생각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글·사진 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