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코로나 무서워”… 제 발로 나가는 불법체류자들 [코로나19 비상]

경기침체로 일자리 감소도 영향 / 제주서만 수백명 자진출국 행렬 / 태국인 불법체류자 4000명 귀국
3일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불법체류자 자진 출국 신고를 하려는 중국인들이 모여 있다. 법무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불법체류자들에게 입국 금지 및 범칙금을 면제하는 등 불법체류자 자진 출국을 유도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코로나19 국내 확산으로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3일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1월부터 자진 출국 불법 체류자들에게 입국 금지 및 범칙금을 면제해주고 재입국 기회를 부여하는 등 불법체류자 자진 출국을 유도했지만 성과가 미미했다. 지난달 1∼25일 도내 230명의 불법체류자가 자진출국 신고를 했고 이 중 54명이 출국했을 뿐이다. 그러다 국내 코로나19 지역감염 확산 기세가 심상치 않자 기류가 달라졌다. 불법체류 중국인이 전날 100여명에 이어 이날 250명가량이 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아 자진출국 의사를 밝히고 신청서를 작성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하루 70명의 불법체류 중국인이 자진 출국하다가 이번 주 들어 매일 100명 넘는 중국인이 신청하러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은 자진 출국하려는 외국인에게 30일의 범위 내 출국 기한을 정해 출국명령서를 발부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중국 내 전파 속도가 빨라지자, 올초부터 도내 미등록 외국인의 자진 출국 신청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정부가 지난달 23일 대응 수준을 기존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신청자가 급증했다.

 

이날 자진 출국 신고를 하려고 온 중국인 A씨는 “한국 코로나 전파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고향에 있는 가족이 걱정을 많이 해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17일 이후 끊겼던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항공편 운항도 재개되면서 탈출 행렬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춘추항공에 이어 길상항공도 제주~상하이 운항을 재개했다. 제주에는 1만3000명가량의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있으며 대부분 중국인으로 알려졌다.

 

한편, 태국 외교부는 한국에 있는 5000명 이상의 태국인 불법체류자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일까지 한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자진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 중 약 4000명이 이미 본국에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당국은 한국에 체류하는 10만명 정도의 자국인이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임국정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