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정 모니터링 지표’라며 인터넷에 공개하는 ‘e-나라지표’가 엉터리 수치를 제공하는 등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일 e-나라지표(www.index.go.kr)를 통해 제공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추이 통계에 따르면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09년 추경 규모는 17조9000억원으로 게재돼 있다. 세부적으로 세출 6조7000억원, 세입 -11조2000억원으로 돼 있다. 11조7000억원은 세입경정, 즉 부족한 세수를 메꾸기 위한 조치로 예산을 더 쓰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전날 정부가 역대 4번째 규모의 올해 추경안(11조7000억원)을 확정하면서 설명한 역대 최대 규모의 2009년 추경액(28조4000억원)과 다르다. 실제로 2009년 추경액(국회 통과 기준)은 정부의 설명대로 세출 17조2000억원, 세입 -11조2000억원으로 총 28조4000억원이었다. e-나라지표 수치와는 10조50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이 통계를 보여주는 화면에 안내된 담당 과에 e-나라지표 수치와 정부 설명 수치가 다른 이유를 문의했지만 ”모른다”는 답만 돌아왔다. 담당과 관계자는 “17조9000억원? 무슨 숫자를 본 것이냐”며 e-나라지표에 공개된 2009년 추경 규모 수치에 대해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 여러 차례 거론됐고, ‘역대 최대’라는 의미 있는 지표인데도 눈여겨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지표의 최근 갱신일은 2018년 7월10일이고, ‘입력 예정일’은 2019년 7월1일로 표시돼 있다. 지표 갱신 주기가 ‘추경편성 시’로 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2018년 추경 지표를 반영한 이후 지난해 4월 추경 내용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공개된 담당자 전화번호로 연락해보면 ‘없는 번호’라는 음성 안내가 나온다.
다른 부처의 한 공무원은 “e-나라지표는 담당 부처에서 데이터를 관리한다”며 “통계는 신뢰가 생명인데 정부가 관리하고 공개하는 수치에 오류가 있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나라지표는 국가정책 수립과 점검, 성과측정 등을 목적으로 중앙행정기관이 선정하고 관리하는 주요 지표인 ‘나라지표‘를 제공하는 웹 기반의 통계정보시스템이다. 정식 명칭은 국정모니터링시스템이다. 2005년 9월 “국정 통계지표를 다 모아 분석해 보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구축됐다. 2006년 서비스가 시작돼 올해로 15년째를 맞는다.
e-나라지표에 소개된 당시 대통령 지시사항에는 “통계그림표, 즉 추세치나 기울기 등만 보면 어떤지 금방 알 수 있도록 하고 통계지표 체계만 갖고도 국정 논의가 가능할 정도로 검토해 보자”고 언급돼 있다. 아울러 “그리고 지표 의미를 정확히 붙여 지표 내용이 오용·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며 “지표를 보고 지난 10년을 평가하고 향후 10년을 내다볼 수 있도록 충실도를 높여 나가자”고 적혀 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