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 소상공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휘청이고 있다.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하소연과 함께 음식점이나 커피숍, 미용실, 옷가게 등 자영업자들의 휴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낮과 밤 구별없이 천안 상가들엔 인적이 끊겨 적막감이 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점포는 바이러스의 온상으로 여겨지면서 많은 점포가 문을 닫았다. 특히 줌바댄스교실이 천안 아산 코로나 확산의 불씨를 당긴 장소로 드러나면서 피트니스 센터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휴업한 상인 상당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없으면 폐업 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천안에는 지난달 25일 40대 여자가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5일 현재까지 모두 8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천안의 확진자 대부분은 30∼50대 여성들이다. 소비력이 큰 신도심 지역의 피트니스센터를 축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져 나가면서 천안 자영업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불당동의 한 옷가게 대표는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백석동 고깃집 주인은 "문을 닫고 직원들은 무급 휴가를 보냈지만, 비싼 임대료 낼 걱정에 잠도 안 온다"고 했다.
정부가 소상공인 긴급지원과 경기 부양을 위해 11조원가량을 긴급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수혜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정부 지원 대출을 받았거나 담보 여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임대인에게 임대료 인하분의 절반만큼 소득세와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착한 임대료 지원책'도 실효성이 낮다.
한 치킨집 주인은 "착한 임대인을 못 만나면 고스란히 임대료를 부담해야 한다"며 "착한 임대인을 만나게 해달라며 정한수 떠놓고 비는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민의 하소연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청원자는 "천안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도시가 마비된 상태"라며 "거리엔 사람을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의 가게도 줄지어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천안시민을 코로나로부터 지켜달라"며 "초토화된 지역 상권 현장을 찾아보고 다양한 서민 버팀목 정책을 발굴,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확진자에 대한 더딘 역학조사와 구멍뚫린 접촉자 관리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불당동 한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시민들은 생업손실과 사회적 관계 단절을 감수하면서 능동적으로 자가격리하고 있는데 천안시의 확진자 동선관리가 엉망이어서 차단할 수 있었던 곳에서 확진자가 튀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정동 상업지역 상인회 관계자는 “시민들이 어디로 피난을 떠난게 아니냐 싶을 정도록 손님이 끊겼다”며 “더이상 코로나가 확산하지 않아야 장사를 재개할 수 있을텐데 추가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어 상인들이 넋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