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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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저항력 높이려면?…의대 교수들의 면역력 향상법

육군 제2작전사령부 등 군 장병이 6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대구국제공항을 방역하고 있다. 임무를 마친 한 병사의 고글에 김이 서려 있다. 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000명대를 넘었다. 지난 1월20일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지 40여 일 만이다. 코로나19 발병지로 추정되는 중국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보건당국은 방역대책에 집중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면 정부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의료계는 사람들이 모인 실내 공간은 피하고, 자주 손을 씻을 것을 권고한다. 또 상대방과 가까이 대면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의료계는 방역대책, 개인위생뿐 아니라 면역력 향상 등 개인 건강관리도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건강관리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몸의 저항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본지는 7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 교수 3명 인터뷰를 통해 국내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민 건강관리 방안을 물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민선 가정의학과 교수 “약간 배부르다는 느낌으로 음식물 섭취”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침투를 막기 위해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외에 개인 면역력 향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위험집단·지역을 피하고,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개인 면역력을 키우면 만약 코로나19에 걸린다고 해도 회복 속도가 빠르다”며 “일반 호흡기 질환의 경우 연세가 있는 분들은 잘 낫지 않지만, (면역력이 높은) 젊은 사람들은 하루 이틀 쉬면 회복되는 원리”라고 말했다.

 

면역력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는 올바른 식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먹는 게 중요하다”며 “열량과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하고, (식사할 때는) 살짝 배부르다는 느낌이 들게 해 심장이 혈액을 몸 전체로 뿜어주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필요하다면 (중간에) 간식을 챙겨먹는 방식으로 몸에 힘이 떨어지는 시간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만약 몸살 기운이 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엔 따뜻한 고형식(일정한 형태나 덩어리로 이루어진 음식) 식단을 추천했다. 그는 “따뜻한 탕 종류의 밥이나 고형식 식단이 필요하다”며 “면역력을 높이려면 고형식이 위와 장에 들어가 포만감을 줘야 한다. 장에 음식물이 차 있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중에 나도는 ‘과일을 많이 먹으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과도한 섭취시 되레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과일을 적절히 먹는 것은 좋지만, 너무 많이 먹을 경우 설사 등을 유발한다”며 “그렇게 될 경우 오히려 면역력이 저하된다. 평상시 과일과 야채를 잘 안 먹었다면, 챙겨먹는 정도가 좋다”고 말했다.

 

또 젊은 사람들의 경우엔 몸 자체가 과도한 업무 등으로 ‘번아웃’(육체·정신적 탈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교수는 “젊은 사람들의 면역력은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는다”며 “일이나 운동 등 무엇인가에 번아웃될 정도로 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규칙한 수면습관도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만큼 규칙적인 수면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 정신의학과 교수 “실내에서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정신건강도 중요하다. 실제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야외활동 등이 제한되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또 비슷한 증상만 있으면 본인도 코로나19에 걸렸다고 불안해하는 이른바 ‘상상코로나’도 유행하고 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부활동이 제한된 만큼 실내에서 집중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회활동이 취소되고 (장기간) 집에만 있을 경우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며 “정신적으로 외부 자극이 지속되다가 없어지면 지각 감각에 대한 자극이 결핍된다. 적당한 자극이 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외부자극에 준하는 새로운 자극을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집에서 독서를 하거나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분야를 공부하는 등 (사회 등) 외부가 아닌 (집이란)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자극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은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는 것이고,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과도한 불안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 교수는 “의대생들이 의과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환자를 많이 보면, 자신들도 (환자들과 같은) 병에 걸린 것 같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예민하거나 꼼꼼한 사람들은 (‘상상코로나’ 등) 그런 불안을 과도하게 갖는다. 그것은 당연히 (가질 수 있는) 불안이자 인간의 심리”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건강한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려도 감기처럼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는 확진자와 멀리하면 감염되지 않고, 설령 확진자가 동선이 겹쳐도 2m가량 떨어졌다면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떨어진다”며 “기저질환이 있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자들은 분명 문제지만, 이외 건강한 사람들은 걸려도 감기처럼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 바이러스는 몸 밖으로 나오면 오래 살아 있지 못한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고 과도한 불안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선근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정선근 재활의학과 교수 “집 안 맨몸 운동 도움… 야외 조깅도 괜찮아”

 

건강관리에서 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운동은 면역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외부 운동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선근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음식물 섭취만큼 운동도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다수가 실내에서 함께 하는 운동보다는 집에서 맨 몸 운동이나 야외 조깅·빨리 걷기 등을 추천했다. 정 교수는 “(충남 천안지역에서) ‘줌바 댄스’로 감염자가 나왔는데, 여러 명이 함께 모여 실내에서 하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며 “(고위험 지역이 아니란 점을 전제로) 야외에선 감염될 위험이 높지 않은 만큼 조깅이나 빨리 걷기를 하거나 집에서 맨몸 운동 등을 통해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스쿼트, 뒤꿈치 들기 운동 등을 추천했다. 정 교수는 “보통 성인 기준으로 중요한 근육이 엉덩이·종아리·어깨 근육 등이다”며 “너무 깊게 하지 않은 스쿼트 운동은 다리 근육에 자극을 주고, 뒤꿈치 들기 운동도 종아리 근육 향상에 좋다. 고무 밴드를 이용해 다리 벌리기 운동과 무릎을 땅에 대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도 집에서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야외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유산소 운동을 집안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에서도 유산소 운동이 가능하다”며 “환기를 잘 해놓고 제자리걸음 15∼20분만 해도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본인 거주 지역이 고위험지역이 아니라면 외부에서 조깅과 빨리 걷기를 하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그는 “어떤 상황이든 운동을 해야 한다. 음식물 섭취만큼 면역력 향상에 중요한 게 운동”이라며 “(고위험 지역이 아닐 경우) 외부에서 조깅과 빨리 걷기도 좋다. (만약 코로나19로 불안하다면) 마스크를 끼고 (적당한 속도로) 달리기와 빨리 걷기를 해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