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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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마스크' 판매 기승…"성능기준 충족 못한 마스크여도 확인방법 마땅치 않아"

미포장 벌크 제품 사용기한을 속이거나 성능 기준 충족하지 못한 마스크여도 확인할 방법 없어 / 식약처로부터 인증받은 마스크 제조하는 업체에선 '벌크' 형태로 제품 출고하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해 전국적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틈을 타 불량 마스크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성능이 떨어져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마스크를 별문제 없는 듯이 허위 광고하고 포털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판매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런 불량 마스크는 제품 정보가 적힌 포장 없이 비닐에 담겨 대량으로 유통되는 이른바 '벌크'(bulk) 형태로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8일 한 포털 사이트에 'KF94 마스크'라는 단어로 검색하자 '벌크 포장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판매자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KF94 제품과 동일한 필터로 제작된 제품이며 단지 포장만 대용량으로 한 것"이라고 광고했다.

 

이 판매자가 파는 '벌크 마스크'는 낱장 구매가 불가능하고 20∼100개 단위 묶음 구매만 가능했다.

 

이런 판매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보건용 마스크는 의약외품으로 약사법에 따라 밀봉 포장이 돼 있어야 하고 제조번호(시리얼 넘버)와 사용기한 등 제품 정보도 반드시 표시돼 있어야 한다.

 

미포장 벌크 제품들은 사용기한을 속이거나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마스크일지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식약처로부터 인증받은 마스크를 제조하는 업체에서는 '벌크' 형태로 제품을 출고하지 않는다.

 

청주에서 식약처 인증 마스크를 생산하는 업체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만나 "공적·사적 판매 물량을 맞추기 위해 24시간 생산 라인을 돌리고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정식 포장 없이 벌크 형태로 마스크를 내보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불량 제품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 구매 시 '의약외품' 및 제조번호와 사용기한이 표기돼 있는지 꼭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

 

보건용 마스크는 개별단위로 등급(KF80, KF94, KF99)이 표시된 밀봉 제품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정부가 지정한 공적 판매처에서는 포장이 없는 마스크의 낱장 판매를 일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 제품 정보가 적힌 포장 없이 마스크를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약품안전나라' 사이트에서 인증을 받은 마스크를 만드는 업체를 확인할 수 있다"며 "마스크의 원산지, 사용기한, KF 인증 여부를 확인하면 불량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서울 중구의 한 물류 업체에서 개별포장이 안 된 불량 KF94 마스크 2만장을 압수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 5일 SNS 오픈채팅방에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고판다'는 광고 글을 올리고 제조날짜와 용도 등이 표시되지 않은 마스크를 거래한 일당을 검거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용기한이 지났거나 성능이 떨어져 폐기된 제품을 정품인 것처럼 속여서 판매할 경우 사기죄나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