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성 없는 걸 보니 뇌까지 바이러스에 감염됐나 보다’, ‘집에나 있지 왜 싸돌아다녔나 미친 X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두고 9일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비난과 조롱이 한계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숙박업소나 유흥업소 등을 방문한 확진자에게는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고 헬스클럽에 여러 번 방문한 확진자에게는 ‘헬창X(헬스클럽과 남성 성판매자를 일컫는 표현의 합성어)’이라는 비속어 별명이 붙기도 했다.
동선상 특이점이 없는 확진자들 역시 웃음거리가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집에만 있었던 확진자들에 대해서도 ‘이 사람은 대체 어떻게 걸린 거냐’,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나 보다’는 식의 조롱이 이어졌다.
확진자 동선 등을 웃음거리로 삼는 현상이 이어지자 감염 자체보다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도 확산됐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진이 지난달 발표한 전국 1000명 대상 긴급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관련해 국민이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은 ‘확진자가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비난·추가피해를 받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동선 공개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동선 공개가 확진자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확진자가 방문한 시간과 장소에 대한 명확한 정보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 측면에서 분명히 필요하다”면서도 “호텔 방문 등 민감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비실명화 처리를 통한 사생활 침해 최소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도 “방역상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단순히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게 정말 불가피한지 세심하게 구분해야 한다”며 “특정인의 동선을 개별적으로 알려주기보다 여러 명을 섞어 시간과 장소만 공개하는 식으로 익명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동선 공개에 따른 인권 침해 해결책으로 “확진자 개인별로 방문 시간과 장소를 일일이 공개하기보다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별로 방문 장소만 공개해 확진자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권위는 동시에 “해당 장소의 소독과 방역 현황 등을 함께 공개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유지혜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