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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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 연합정당’, ‘조국수호당’… 민주당, 비례정당 두고 홍역

4월 총선을 한달가량 앞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정당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당장 비례용 연합정당 참여를 두고 정의당과 갈등이 벌어지고, 민주당과 유사한 비례정당들이 속속 창당되면서 당초 선거법 개정 취지를 어긴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비례용 연합정당 참여 두고 말바꾸기 ‘논란’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12일 비례용 연합정당 참여를 두고 전 당원 투표를 진행한다. ‘정치개혁연합’(가칭)으로 대표되는 비례용 연합정당이란 민주당과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 등 범진보 세력이 비례용 연합 정당을 창당해 비례후보를 파견 받고 총선이 끝난 뒤 당선자들을 원래 소속 정당으로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자료사진

앞서 민주당은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을 하지 않겠다는 당초 입장에서 조금씩 변하는 모양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지난 1월 SBS 방송에 출연해 “기본적으로 (비례용 정당은) 꼼수. 비례 의석만을 위한 위성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누구든 간에,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편법이다”며 “(민주당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짓을 해서 되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월 총선에서 여당에 불리한 기류가 감지됐고,  지난 8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연합정당 합류에 대한) 비난은 잠시지만,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은 4년”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례용 위성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고, 민주당은 당초 비례용 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방향을 선회해 전 당원 투표로 창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정의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은 지난 8일 비례대표용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특별결의문을 채택했다. 정의당은 “최근 미래한국당이라는 괴물의 탄생을 비판해 온 민주당이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을 시도하고 있다”며 “원칙은 사라지고, 반칙에 반칙으로 맞서겠다는 집권여당의 태도는 정당정치를 송두리째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정의당은 ‘조국사태’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 내심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를 노렸다. 그 과정에서 정의당은 연도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조국사태’에 침묵하고 있다는 일부 진보인사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신고 공고. 뉴시스

◆‘조국수호당’, ‘열린민주당’도 등장…진중권 “분양시장 떴다방”

 

‘조국수호당’, ‘열린민주당’ 등 민주당과 유사한 정당들이 속속 창당되고 있는 것도 민주당으로선 복잡한 상황이다. 일각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뒤 민주당과 유사한 비례용 정당들이 창당되는 것은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도 ‘조국수호당’ 창당을 예고했다. 이날 중앙선관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일 ‘조국수호당’이 창당준비위원회 등록을 마쳤다. 창준위원장은 인테리어업계에 종사하는 1963년생 박중경 씨와 비정규직 경비원으로 일한다는 76년생 이태건씨다.

 

이씨는 지난달 본인 페이스북에 “조국 장관이 검찰 사법개혁의 마중물 역할을 했듯 우리도 조국연대 창당으로 조국의 희생을 헛되이 사라지지 않게 하자”고 밝혔다.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민주당(가칭) 창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과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열린민주당’을 창당했다. 정 전 의원은 열린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엄연히 다르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또 다른 민주당’이란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 전 의원도 열린민주당 창당 전까진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유지할 방침이다. 열린민주당 창당 준비위원장도 참여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이근식 전 장관이 맡았다.

 

손혜원 의원도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왜 이름에 ‘민주당’이란 말을 썼겠느냐. 민주당의 골수 당원이었던 분이 만드신 것이고 민주당을 돕자고 만든 것”이라며 “우리 당원은 거의 다 민주당에서 온 분들이라고 볼 수 있고, 이분들이 뽑은 비례대표 후보들이 민주당과 연관이 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 등 일각에선 민주당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유사한 비례정당들이 속속 창당되는 것을 보고 분양현장의 ‘떴다방’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는 지난 10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에서 비례후보 안 내고, 지지자들에게는 알아서 다른 진보정당들에게 표를 주라고 하면 될 일을. 정당이 아파트 분양현장의 떴다방인가, 뭐하러 떴다방 브로커 내세워 가짜정당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