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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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봉쇄' 이탈리아… ‘국경없는 EU’ 진통

항공·열차 운행 중단… 국경 폐쇄 / 마크롱 “나쁜 결정… 과도한 대응” / 伊 확진 1만명 돌파… 전유럽 확산 / 英 보건차관 양성판정… 정가 발칵 / 佛 문화 장관·의원 5명도 확진
코로나 명암… 中은 임시병원 폐쇄 ‘환호’, 伊는 확산 속 거리두기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부속인민병원이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설치한 우창임시병원 의료진이 지난 10일 상황 호전으로 병원이 폐쇄된 것을 기뻐하며 퇴소식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까지 우한의 16개 임시병원이 모두 문을 닫았다. 오른쪽 사진은 이탈리아 전역에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이동제한령이 선포된 가운데 10일(현지시간) 수도 로마의 한 우체국을 찾은 시민들이 최소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 로마·우한=AFP·신화연합뉴스

이탈리아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 국민을 격리하는 극약처방을 내린 가운데 인접국인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가 이탈리아와의 국경을 통제하고 나섰다. 유럽 통합의 근간 중 하나인 ‘자유롭게 열린 국경’원칙이 감염병 앞에서 시험대에 선 모양새다.

프랑스24 방송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마친 뒤 “우리는 공황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면서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의 조치를 “나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질병이 우리 사회로 확산돼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이탈리아발 항공편과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건강증명서를 소지했거나 오스트리아에서 하차하지 않고 지나가는 여행객, 화물 운송 등에만 예외를 뒀다. 슬로베니아는 232㎞에 달하는 이탈리아와의 국경을 폐쇄했다.

EU 회원국이 이처럼 국경을 통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부분의 EU 회원국과 소수 비회원국은 솅겐조약에 따라 여행객이 비자나 여권 검사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국경을 개방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올리비에 베랑 보건ㆍ사회연대부 장관(왼쪽)과 함께 파리의 보건ㆍ사회 비상사태 관리ㆍ대응센터를 방문해 근무자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파리 AF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위기 단계 초기에 과도한 대응은 역효과를 낼 뿐”이라며 “현재로서는 우리가 결정한 것 이상으로 더 나아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프랑스도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추가 조치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탈리아 확진자는 이날 1만명을 넘어섰다. 스페인·프랑스·독일도 각각 1200명 이상이 감염되는 등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르다.

영국에서는 네이딘 도리스(62) 보건부 차관이 양성 판정을 받아 정가가 발칵 뒤집어졌다. 보수당 하원의원이기도 한 그가 의회나 지역구에서 상당수와 접촉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BBC방송에 따르면 그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주관한 행사에 참석한 지난 5일부터 증상을 느껴 6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맷 행콕 장관을 비롯해 그와 접촉한 보건부 당국자들은 전원 진단검사를 받기로 했다. 존슨 총리의 검사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도 프랑크 리에스테르 문화부 장관과 하원의원 5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코로나19가 정·관계까지 확산 중이다.

EU는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250억유로(약 33조9000억원) 규모를 목표로 한 투자기금 중 75억유로를 즉각 투입하기로 하는 한편 마스크 등 개인 위생, 방역 용품 공급도 EU 집행위 차원에서 조율하기로 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각국 보건·내무부 장관이 적절한 조율을 위해 매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