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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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범죄인 기소유예' 실험 나선 검찰 [연중기획 - 청년, 미래를 묻다]

자활의지 있고 ‘취업 패키지' 이수 조건 / 전주지검 작년 첫 시행… 총 25명 혜택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청년들은 법적 처벌 이후에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해 ‘재범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 지방검찰청이 이를 막기 위해 취업 노력을 하는 생계형 청년 범죄자들의 기소를 유예하는 실험에 나섰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전주지방검찰청은 저소득 취업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 패키지’ 이수를 전제로 한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소유예란 피의자의 범죄 혐의가 충분하고 관련 증거 등도 검찰이 확보했지만, 범행의 동기나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9월 전국 검찰청 중 최초로 전주지검이 시행한 이 제도는 생계를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18∼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설계됐으며, 소득과 관계없이 무직·일용직·주 30시간 미만 상용직 근로 청년을 우선 선발했다. 지난 1월7일부터는 정부의 관련 지침이 변경되면서, 청년 이외의 저소득 중장년층으로도 대상이 확대됐다. 생계를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청년이라고 모두 이 제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초범이거나 동종 전과가 없어야 하고, 경찰 및 검찰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자활 의지를 표명한 경우만 선발된다. 취업 성공 패키지는 통상 1년의 기간 내에 개인별 취업역량에 맞춘 3단계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전주지검이 이 제도를 통해 기소유예를 결정한 피의자는 지난달 17일 기준 총 25명(중장년층 포함)이다. 이 중 2명은 취업 성공 패키지 1단계를 완료한 상태에서 취업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1명은 이수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결국 구약식 처분이 내려졌다. 전주지검은 주기적으로 대상자의 태도를 점검해 특별한 사정 없이 취업 성공 패키지 참여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기소유예 처분을 거둬들이고 절차에 따라 재판에 넘기고 있다.

배창대 전주지검 인권감독관은 “제도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긍정적 효과가 상당 부분 있는 제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