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핵·미사일 신고가 우선”이라고 강경론을 편 미국 육군의 퇴역 장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메달’을 받았다. 자유메달은 미 대통령이 직접 수훈 대상자를 선정하며 미국에서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의 훈장에 해당한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4성 장군 출신인 잭 킨 예비역 육군 대장에게 자유메달을 수여했다. 킨 장군은 1966년 육군 소위로 임관해 대장까지 진급했으며 2003년 육군참모차장을 끝으로 제대했다. 1960∼1970년대 베트남전쟁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고 2001년 9·11 사건 직후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를 상대로 한 ‘테러와의 전쟁’을 지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킨 장군은 미군 역사에 가장 훌륭하고 헌신적인 장군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퇴역 후에도) 군부와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계속 현명한 조언을 해주고, 내게도 훌륭한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칸 장군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 직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성과 없이 북한에 먼저 양보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차 정상회담은 1차 정상회담의 반복이 돼선 안 된다”며 “성공적인 회담이 되려면 몇 가지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 만약 북한이 무기 시스템과 프로그램 목록, 독립적인 전문가 검증 하에 폐기하는 시간표 등을 기꺼이 양보한다면 그것은 정말로 진전”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먼저 자기네 핵 관련 정보를 미국 앞에 소상히 털어놓고 ‘언제까지 폐기를 완료하겠습니다’ 하고 약속한 뒤 이 이행을 끝낼 때까지 제재 완화 등 ‘선물’을 줘선 안된다는 얘기다.
킨 장군은 “그동안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해체하는 핵심 이슈에 대해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며 “북한은 핵·미사일 시험 중단 외에 의미 있는 양보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의 권고가 받아들여진 결과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을 성과 없이 결렬시켰다. 김 위원장을 향해 “협상장에 나올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미 언론은 “트럼프가 나쁜 협상(배드딜) 대신 아예 무협상(노딜)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킨 장군은 2017년부터 시작해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던 2018년 1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선 “한국에 파병된 미군들이 가족을 데리고 가면 안 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하는 등 대북 강경파로 통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메달을 수여하며 2003년 당시 육군 대장이던 킨 장군이 ‘미군 서열 1위’ 합참의장 제안을 거절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대신 파킨슨병을 앓는 아내 간병을 위해 제대를 택했다고 한다. 킨 장군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에는 “국방장관을 맡아 달라”는 제안도 거부한 바 있다. 킨 장군 대신 국방장관에 임명됐던 제임스 매티스 장군은 중동 정책 등에서 백악관과 마찰을 빚다가 결국 경질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