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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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치명률 7% '세계 최고'… 'EU 맹주' 獨도 국경 폐쇄

유럽 일일 사망자 수 역대 최다 / 스페인 97명·佛 29명·英 14명 / 중국 외 확진자 수 9만명 육박 / 발병 이후 처음으로 中 앞질러 / 佛 지방선거 기권율 56% 달해 / 英 브렉시트 후속 협상도 차질
獨, 입경 차량 검문 독일 연방경찰관들이 16일(현지시간) 서부 자를란트주 자르브뤼켄 접경지역에서 프랑스발 독일행 차량 운전자들을 검문하고 있다. 독일은 이날부터 독일에 직장이 있는 통근자 등에 한해서만 외국인의 입경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자르브뤼켄=DPA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유럽 국가들의 일일 신규 사망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에서 15일(현지시간) 하루에만 368명이 사망해 누적 사망자가 1809명으로 치솟은 가운데 이날 스페인에서 97명, 프랑스에서 29명, 영국에서 14명이 숨을 거뒀다.

 

유럽이 코로나19의 새로운 거점이 되면서 발원지인 중국의 누적 현황을 중국 밖 지역이 앞지르기 시작했다. 16일 미국 존스홉킨스대 시스템과학공학센터(CSSE)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현재 중국 외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각각 8만8527명, 3300명을 기록해 지난해 말 코로나19가 처음 발견된 이후 2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중국(확진 8만860명, 사망 3213명)을 추월했다. 최근 중국 외 지역의 누적 추이는 중국에서 정점을 찍었을 때보다 훨씬 더 가파른 양상을 띤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독일 경찰이 독일-프랑스 국경에서 3월 16일(현지시간) 한 여성의 독일 입국을 막고 있다. 독일은 이날 오전부터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덴마크의 국경을 통제했다. AP연합뉴스

유럽 각국에서 휴교, 외출제한, 상점·술집 폐쇄, 집회 금지 등 ‘극약 처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독일도 16일 오전부터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덴마크 국경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가 이탈리아와의 국경을 사실상 폐쇄한 데 이어 유럽연합(EU) 맹주국 독일조차 유럽의 ‘자유로운 이동’ 원칙을 제한하고 나선 것이다. 독일은 이들 국가를 오가는 통근자와 물자, 자국민에만 별도 허가 없는 입국을 허용했다. 포르투갈도 스페인과의 국경을 단속하기로 했다. 스페인은 16일 오후 1시 현재 누적 확진자 수 8744명을 기록해 중국, 이탈리아(2만4747명), 이란(1만4991명)에 이어 네 번째로 감염자가 많은 나라가 됐다.

 

EU는 회원국들에게 ‘신속하게 조율된 대응’과 ‘공동의 자원’을 통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맞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EU 행정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산소호흡기, 진단 키트, 마스크 등은 회원국 각자가 생산·공급하기보다 EU 차원에서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물자는 EU 국가 외 제3국으로의 수출도 엄격히 제한된다.

獨, 항공편 운항 감축 15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활주로에 항공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급감하자 루프트한자항공은 항공편 운항을 50% 감축했다. 프랑크푸르트=AP연합뉴스

코로나19는 유럽 각국의 정치 일정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프랑스는 15일 전국 3만5000개 코뮌(지방행정단위) 수장과 각 지역의회 의원들을 뽑기 위한 지방선거를 실시했으나 기권율이 56%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14년 지방선거 때보다 20%포인트가량 상승한 것으로, 노년층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권을 포기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투표 참여가 극히 저조해짐에 따라 2차 투표가 오는 22일 예정대로 실시될지도 불투명해졌다.

 

미국 CNN방송은 15일 코로나19로 가장 난처한 위치에 처하게 된 국가 정상으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꼽았다. 지난 1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단행한 영국은 올해 말까지 EU와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오는 18∼20일 런던에서 예정됐던 2차 협상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취소되는 등 여건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CNN은 “2차 협상 취소로 영·EU가 무역 등과 관련한 아무런 공식 협정 없이 브렉시트 전환기를 끝낼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특히 EU 측은 “(협상)연장 요청은 영국이 해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며 느긋한 태도인 반면, 영국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연장 신청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존슨 총리의 호언장담을 뒤집어야 하는 처지다. 화장지 재료의 60%를 EU에서 수입하는 영국 내에서는 벌써부터 ‘휴지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데, 양측이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채 결별하면 영국 내 상품 공급체계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분석된다.

맷 핸콕 영국 보건부 장관. 뉴스1

◆英, 70세 이상 최장 4개월 자가격리

 

영국이 코로나19 감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70대 이상 인구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영국 더 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내 모든 70세 이상 노인은 자택에 머물러야 한다고 보도했다. 기간은 최장 4개월이다. 언제부터 시행되는지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다.

 

맷 핸콕 영국 보건장관은 이 신문에 노인들의 경우 ‘상당히 오랜 기간’ 자가격리조치가 취해질 것이며 최장 4개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노인과 취약계층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자가격리에 대응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조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보건부는 70대 이상 자가격리 방침 이외에 부족한 의료·사회복지 인력 확충을 위해 이들에 대한 채용 기준을 낮춰 바이러스 상황 대비 인원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책 방안을 마련했다. 은퇴한 의사·간호사·사회복지 관련 인력도 의료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내용과 더불어 향후 2년간 대규모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긴급법안도 마련됐다. 여기에는 정부의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여러 조치를 위반할 경우 벌금(최대 1000파운드)을 물린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불특정 다수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공중보건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은 정부가 강제로 자가격리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영국 노인들은 전례 없는 상황인만큼 정부 방침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정부 조치가 다소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올해 76세로 비교적 건강한 남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에드워드 토머스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지에 “정부가 70세 이상은 최장 넉달 동안 집에만 있으라는데 늙었다고 벌을 받아야 하냐”고 반발했다.

 

유태영·김민서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