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40명의 비례대표 공천 후보를 16일 발표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미리 추천한 영입인재들이 줄줄이 당선권에서 밀려나거나 명단에서 빠지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미래한국당은 이날 오후 선거인단 투표를 거쳐 당 최고위원회에서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었지만, 정족수 미달로 돌연 무산됐다. 통합당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심사 결과에 “매우 침통하고 우려의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깨문 발언’ 조수진 1번… ‘블랙리스트 인사 논란’ 신동호 14번… 유영하 ‘탈락’
이날 미래한국당이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에 따르면 1번은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2·3번은 신원식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과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 숙명여대 강사가 각각 선정됐다.
이어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 김정현 법률사무소 공정 변호사, 권신일 에달만코리아 수석부사장, 이영 전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우원재 유튜브채널 운영자, 이옥남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연구소 소장, 이용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 순으로 비례대표 10번 안에 이름을 올렸다.
신동호 전 MBC 아나운서 국장이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4번에 선정됐다. 정운천 미래한국당 최고위원은 18번,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은 21번이다. 당선 안정권인 15∼20번 순번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테니스 코치는 공천에서 탈락했다. 자유한국당 총선 영입인재였던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 나우(NAUH) 대표 역시 공천을 받지 못하고 비례대표 순위계승 예비명단에 네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통합당 우려 표시에 최고위 무산… 한선교 대표 “특별대우 없이 객관적 심사했다”
이같은 공천명단이 발표되자 일부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내부 반발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선거인단 투표 종료 직후인 오후 6시40분쯤 영등포 당사에서 회의를 소집했지만, 다른 최고위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최고위는 의결정족수도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선거인단의 찬반 투표 때도 한 대표와 함께했던 조훈현 사무총장도 그와 언성을 높이다가 회의실을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 지도부가 간접적으로 공천 결과에 우려를 전달하자 최고위 의결이 무산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 대표는 최고위가 불발된 후 “(공천) 절차는 거의 끝났는데 성원이 안 돼 기다리고 있다”면서 “의결 절차만 남았는데 아마 내일(17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통합당 영입인재가 순위에서 밀려난 점에 대해 한 대표는 “먼저 영입된 분들에 대한 특별대우는 없고 객관적인 심사에 의해 한 것”이라며 “거기(후보명단)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래한국당은 공천 배제 기준으로 ▲ 불출마를 선언한 국회의원 ▲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한 번이라도 역임한 인사 ▲ 타 정당 공천 신청자 및 탈락자 ▲ 정치 철새, 계파 정치 주동자 ▲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국론분열 인사 ▲ 위선 좌파 및 미투 가해자 등을 발표한 바 있다.
◆통합당 “영입인사들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공천 재검토해야”
통합당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심사 결과에 “매우 침통하고 우려의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염동열 통합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 심사 결과는) 보수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문 정권의 폭주를 막아주길 바라는 국민적 염원 속에 울림을 줬던 미래통합당 영입인사를 전면 무시했다”고 논평했다.
그는 “영입된 인사 한분 한분께서는 외면 받아온 보수정당이 국민으로부터의 사랑을 되찾기 위한 노력에 자신의 가치를 기꺼이 내어 주시고 철저한 검증까지 거친 분들”이라며 “하지만 보수세력 대표 비례정당을 자처하는 미래한국당은 이분들의 헌신을 전혀 끌어안지 못한 자가당착 공천으로 영입인사들의 헌신을 정말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번 미래한국당 공천에서 기준과 원칙은 어떤 것인지? 또한 이미 인재영입으로 모신 분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역차별은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미래한국당 공병호 공관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원들은 미래통합당과의 단절, 외면과 무지로 이미 국민들과의 약속을 깨트린 그 저항을 어떻게 설명하실까?”라고 물었다.
그는 “이제라도 한선교 대표와 최고위원회의 재심과 재논의를 통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길을 모색하여 바로 잡아주실 것을 간곡히 소원한다”며 공천 재검토를 요구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