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명의 자가격리 대상 직원 명단을 누락해 논란이 된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이 “병원의 잘못으로 상심을 끼쳐 죄송하다”며 19일 대국민 사과문을 내놓았다. 이 병원에선 하루 만에 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지금까지 의료진 19명을 포함해 모두 35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는 해당 병원이 고의로 접촉자 명단을 누락해 지역사회 감염 우려를 키웠다며 방역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성남시에 따르면 이날 분당제생병원과 관련해 각각 분당구 이매1동과 서현1동에 사는 40세 여성과 33세 여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 병원의 확진자 대부분이 머물던 본관 8층 81병동에 근무하던 전공의들로, 모두 자가격리 상태였다. 남양주 화도읍에 거주하는 51세 여성도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은 해당 병원의 간호행정직 직원으로, 전날 동료가 확진 판정을 받자 곧바로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받았다. 이 밖에 확진환자의 보호자 두 명이 추가 감염됐다고 한다.
이로써 분당제생병원에선 지난 5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환자, 보호자 등 35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확진자 중에는 이영상 병원장과 사태 수습을 위해 분당제생병원에 파견된 성남시 분당구보건소 팀장 1명도 포함됐다.
전날 경기도는 분당제생병원 측이 이 병원장을 포함해 확진자들과 접촉한 직원 144명의 명단을 고의로 누락해 감염을 확산시켰다며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병원에서 2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오고 경기도가 역학조사에 나선 뒤에야 같은 날 추가 명단을 도에 제출한 탓이다. 명단에서 누락된 사람 중 병원장을 포함한 4명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자가격리돼야 할 접촉자들은 열흘 이상 자유롭게 활동했다.
병원 측은 이날 “병원의 잘못으로 상심을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고의라기보다 인력 부족과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라고 해명했다. 분당제생병원은 입장문에서 “병원의 잘못으로 감염증에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 시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환자 진료로도 부족한 인력으로 밤을 새우며 자료를 만들어 역학조사팀에 제출했지만, 병원 폐쇄라는 상황에서 급박하게 움직이는 역학조사관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