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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게임?” 청년들은 왜 ‘대리게임’에 분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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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 비례대표 1번 후보로 선정된 류호정(27)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의 과거 ‘대리 게임’ 논란이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류 위원장은 “2014년 일”이라며 “부주의함과 경솔함을 반성한다”고 사과했지만 청년들 사이에선 ‘대리 게임’을 ‘대리 시험’에 비유하며 “가볍게 넘겨선 안 될 일”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낱 가상의 게임 문제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대체 ‘대리 게임’이 무엇이길래 청년들이 이처럼 공분하는 걸까. 이들의 분노에 지난해에는 ‘대리게임처벌법’까지 제정돼 시행에 들어갈 정도였다.

 

◆대리 게임업체 후기 글 70%…‘실력의 한계’ 느껴 ‘대리게임 이용’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실력자가 게임을 대신해주는 ‘대리 게임’ 문제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부터 논란이 됐다. 이 게임은 ‘배치고사’라는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의 실력에 따라 가장 낮은 ‘아이언’부터 가장 높은 ‘챌린저’까지 9구간으로 등급을 나누고 있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이용자끼리 모여 팀 형식으로 게임을 즐기게 되는데 이용자의 약 90%가 상대적으로 낮은 아이언부터 골드등급에 몰려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은 상위 등급의 이용자에게 돈을 내고서라도 대신 게임을 맡겨 등급을 올리는 일명 ‘대리 게임’이 성행했다.

 

기자가 한 대리 게임 사이트에 올라온 후기 글 중 ‘신청 동기’가 담긴 41개 글을 분석한 결과 29개(70.7%) 글의 작성자는 ‘실력의 한계’를 이유로 대리 게임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신청자는 “반복되는 강등으로 벽을 느꼈다”고 했고 또 다른 신청자는 “아무리 해도 승률이 높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9개(21.9%) 글에는 대리 게임을 받으며 “(게임을) 배우고 싶다”는 동기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게임 실력자인 일명 ‘대리 기사’의 게임을 보거나 함께 팀을 맺어 게임하며 등급과 게임 실력을 함께 올리고 싶어 했다. 2명의 신청자는 친구, 지인 등 주변에 잘 보이려는 목적으로 대리 게임을 신청하고 싶어 했으며 호기심에 대리 게임을 신청해봤다는 글도 있었다.

 

대부분 대리 게임 영업은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통해 은밀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비용은 등급에 따라 한 판당 5000원대에서 1만원대까지 다양했다. 게임을 관전하며 ‘대리 게임’을 받을 때는 시간당 2~3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대리 게임 사이트의 경우 하루 30~50건의 대리 게임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기자가 업체에 대리 게임을 문의하자 “실버4 등급에서 골드 등급까지 15만원이며 플래티넘 등급까지는 30만원에 해주겠다. 이틀 만에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승률은 90%이상 나온다고 생각하시면 된다”며 “IP(아이피)를 유동적으로 하지 않아 (게임사의)단속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 대리로 게임 등급을 2단계 올리는데 30만원의 금액이 드는 셈이다.

 

◆“게임은 사회의 축소판”…대리행위에 따른 공정성 훼손에 분노하는 청년들

 

게임을 즐기는 청년들은 ‘공정성’의 훼손을 들어 이같은 대리 게임에 분노를 표한다. 대학생 정모(24)씨는 “대리 게임은 자기 실력이 없는데 게임 등급을 올리는 것”이라며 “(대리기사를) 적팀으로 만나면 공정하지 못한 게임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고등학생 조모(18)군도 “나는 열심히 해도 (등급이) 안 올라가는데 다른 사람은 대리 맡겨서 올려버리니까 분노할 수밖에 없다”며 “전적을 살펴보면 전 시즌 성적이 낮은데 갑자기 올라간 사람들이 있는데 게임을 많이 할 땐 2판에 1판꼴로 의심되는 사람을 만난 적도 있다”고 했다. 이모(28)씨는 “대리로 올라온 사람 때문에 팀 다수가 피해를 입는다”며 ‘대리 게임 이용자’들을 비판했다.

 

현대사회에서 게임이 단순히 즐길 거리를 넘어 남들에게 보여 지는 일종의 ‘사회적 스펙’ 형태로 작용해 대리 게임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황희두 당 공천관리위원은 “청년과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사회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로 하나의 문화, 스포츠, 예술, 산업으로까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게임인도 많다”며 “이런 상황에 청년과 청소년 게임인들의 (대리게임에 대한) 분노를 ‘단순 열폭’ 정도로 인식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대리 게임’은 게임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정의해 엄중히 규제하고 있다. LOL의 제작사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는 “대리 게임은 게임의 공정성, 재미를 훼손시키는 행위로 주단위로 엄격하게 적발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불법행위와 이를 적발하는 것은 창과 방패같이 막으면 또 새로운 방법이 생겨나 단속하는 메커니즘(원리)은 계속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OL의 경우 대리 게임 이용자에게 1차 적발 시 30일 이용제한, 2차 적발 시 영구제한이라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게임사는 3월 2주차에 대리 게임 및 불공정 행위가 적발된 303명에게 30일 이용제한, 8명에게 영구제한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부터 ‘대리 게임 처벌법’ 시행됐지만 실효성은?

 

지난해 6월부터는 대리 게임을 통해 이윤 창출을 하는 이용자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대리 게임 처벌법’까지 시행됐다. 하지만 대리 게임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대리 게임 과정에서 금전적 거래를 입증하기 쉽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은 “게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행동들이 워낙 복잡하다보니 (대리 게임 처벌법의) 법조문을 추상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며 “벌칙 규정이 강력한데도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승인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대리 게임의 정의와 어디까지를 금전적 거래로 볼 것인가 등 구성요건이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대리 게임 처벌법’을 대표 발의한 이동섭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대리 게임에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데 처음에는 대리 게임 이용자들에게 이득이 있다면 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발의했으나 그렇게 되면 범위가 광범위해 전문대리업자들을 한정해 처벌하도록 했다”며 “법이 생김으로써 과거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대놓고 대리 게임 광고를 하던 것이 대부분 사라지는 가시적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영상=이우주 기자